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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후계구도 ‘일석이조’
기업가치· 후계구도 ‘일석이조’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15.03.2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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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삼성SDS 상장과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후 향후 삼성그룹의 상속과 분할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등 세 자녀에게 상속될 경우 현재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방식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짜기업인 삼성SDS의 상장추진은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의 상속세를 해결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이벤트로 거론된다. 재계의 관심을 모으는 삼성그룹의 상속과 관련된 시나리오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예측해 본다.  
 

삼성그룹은 상속과 분할 과정에서 몇 가지 현행 법 조항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의 울타리에 보호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소유지분은 20.8%로,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다. 두 번째 큰 주주는 삼성에버랜드로 19.3%의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의 소유지분이 이재용 부회장 등 세 남매에게 상속될 경우 상속세로 절반을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야 이 회장의 자녀들이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세 자녀가 이 회장 주식을 상속받아 최대주주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는 순환 고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회사인 삼성전자를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재계는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취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약 이 회장의 자녀들이 수조원의 상속세를 지불하지 못한 채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이 낮아질 경우 대신 에버랜드가 19.3%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에 중요한 문제점이 생긴다. 키움증권의 박중선 애널리스트는 5월 초 보고서에서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룹 구조개편 필요성 대두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에 이르는 순환출자에서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면 자회사인 삼성생명 소유는 가능하지만, 손자회사로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소유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에버랜드가 1대 주주가 되지 않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팔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조건이 있기는 하다.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 등에 따르면 자회사 지분 합계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간주된다. 삼성생명 총자산이 에버랜드 총자산의 50%에 육박하는 상태라 삼성생명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게 되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의하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의 산업자본(일반회사) 소유가 금지된다. 이전까지는 은행이 아닌 보험회사나 금융투자회사 같은 지주회사가 일반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게 된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삼성의 경우 에버랜드나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어 삼성전자 지분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국회에서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도 현재의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틀을 그대로 둘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기존 법안에서 기준으로 쓰는 ‘취득가액’ 대신 ‘시가’로 바꾸는 개정안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삼성전자에 이르는 순환출자의 고리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재계는 최근 삼성이 비상장기업 중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세 남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는 순환출자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SDS 상장을 통해 삼성의 세 남매가 이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데 있어 필요한 세금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과 관련된 주요 계열사의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예상 때문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계열사 주식이 12조 원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50%인 상속세는 5조~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삼성SDS 상장으로 마련하는 실탄도 상속세를 모두 내기에는 크게 모자랄 것으로 예측된다. 이 회장의 상속을 앞두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세 남매에게 상속하는 순간, 현재와 같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게다가 지주회사 설립 시 주식 현물투자나 교환으로 발생하는 양도세·법인세 특례는 내년까지만 적용된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분할이 임박한 이유다.
일부 전문가는 일단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하면서 시간을 번 후, 지분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이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보유한 자사주를 바탕으로 인적 분할을 한 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고, 삼성생명은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홀딩스(가칭)→삼성생명(금융중간지주회사)+삼성전자산업회사’라는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 지분을 공익법인에 넘기는 방안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많은 상속세를 내지 않고, 크게 지분구조를 흔들지 않을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세 남매 상속세 5조 넘을 듯”

삼성SDS의 상장추진이 오너일가 3세의 상속세 등 ‘실탄’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조건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삼성SDS의 위상과 저력이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SDS는 비록 역사가 30년이 채 안됐지만 글로벌 ICT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상장 추진의 변이 무색하지 않은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SDS는 계열사들의 일감을 도맡아 받는 영업을 하면서 급성장해 왔다. 이 같은 성장에는 기업분할과 합병 등을 거치는 전략적 판단도 주효했다.
삼성SDS는 1985년 삼성데이타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른바 SI(System Integration)가 사업 모태다. SI(시스템 통합)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구축, 운영까지의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SI업체는 계열사들의 업무 처리를 위주로 한다. 삼성SDS도 삼성그룹 소속사들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전산시설을 통합 인수한 삼성SDS는,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종합관리(SM사업)를 개시했다. 이렇게 삼성그룹의 제2금융권 관계사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관리를 하면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외부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수주 및 영업활동을 펼쳤다. 2003년에는 관계사를 대상으로 하는 SM부문과 대외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SI부문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처럼 활발히 외부 진출의 문을 두드려 온 결과,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계열사 외의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전체 매출액 중 내부거래 비율은 72.5%로, 아직 그룹 내부에서 일감을 몰아준다는 세간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외부 영업을 통해 이뤄진 나머지 27.5%의 실적은 분명 의미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데이타시스템은 1997년 사명을 삼성SDS로 변경하고, 1998년 봄에는 유니텔 ‘유니원98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어 삼성SDS는 2000년 정보통신본부를 분할해 유니텔(삼성네트웍스)법인을 세웠다. 삼성네트웍스는 2010년 다시 삼성SDS에 합쳐진다.
유니텔은 높은 PC통신 인기를 등에 업고 인기를 구가했다. 호평을 받았다는 점 외에도 삼성SDS가 가진 능력으로 얼마든 새로운 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2000년은 유니텔의 해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삼성SDS에 합병된 삼성SNS에서 홈네트워크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린 해이기도 하다. 2000년 론칭된 홈네트워크 브랜드 이지온은 2002년 ‘세계 최초의 홈네트워크 상용화’라는 과업을 일궈내는 단초가 된다.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과 정보통신기기들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함과 동시에 외부 인터넷망과의 접속을 제공함으로써 지능화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홈네트워크는 2000년대 중반에 삼성SDS에 의해서도 발전을 거듭, 꽃을 피우게 된다.
삼성SDS도 홈디지털이라는 관점에서 통신사업자 및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그룹사와 공동사업을 추진했다. 삼성SDS와 이동통신사 KTF(현 KT)가 TV로 문자메시지를 받아보고 자녀의 위치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함께 나선 것도 그런 노력이 거둔 성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개념은 오늘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발전과 함께 스마트홈 개념에서 사용자 편의 증진을 모색하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처럼 삼성SDS의 역사는 SI의 전통적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연결(네트워크)’이나 ‘융합(컨버전스)’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데 일찍부터 익숙해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2007년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기업용 프린팅 솔루션 공동사업 MOU를 맺은 것은 ‘비용절감’이나 ‘위기극복’ 차원에서의 의미도 크지만 개별 컴퓨터를 사용하는 선에서 만족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 다수 이용자에게 서비스 자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후 발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디지털연구소를 대상으로 통합출력관리서비스(MPS)를 개별적으로 사용하던 프린터들을 하나로 통합, 관리하면서 쌓은 네트워크 노하우는 이후 데이터와 서버를 대형컴퓨터에 저장한 뒤 사용자에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 개념인 클라우드 서비스 흐름에 올라타는 국내 최초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 개관(2009년) 등으로 순조롭게 흐르게 된다.

11월내 상장…‘패스트 트랙’ 주목

유무선 네트워크 능력을 통해 사물간 정보를 상호 전달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스마트홈 등 개념에 익숙한 삼성SDS가 상장을 마친 후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사업을 주력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받는 상황은 자연스럽다. 이처럼 삼성SDS의 지난날은 글로벌 종합ICT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여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IT서비스업체들이 과거처럼 SM과 SI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는 과제를 푸는 변화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업체 중 하나가 삼성SDS였던 셈이다. 삼성네트웍스의 통신 인프라와 삼성SDS의 IT서비스 기반을 합병으로 합쳐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강화하는 저력으로 삼았듯, 이번 상장 선언이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삼성SDS는 스마트 컨버전스 사업인 SCS(Smart Converged Space)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첨단기술 구현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시설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사가 추진에 나선 세계 문화센터 건에 이어, 영국 명문대학인 버밍엄대의 신축 도서관 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SCS 사업은 오는 2015년 세계시장 규모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로, ICT 기술과 디자인 감성이 만나는 융복합형 IT 비즈니스 모델이다. 상장을 통해 세계적인 ICT업체로서의 도약이 가능하게 되면, 이제까지 거둬 온 이런 성과들 이상으로 다양하고 큰 과실들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삼성SDS의 기업공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확인하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와 계열사 지분확보에 사용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11.25%, 이부진-이서현 두 자매가 각각 3.9%를 갖고 있다. 이 중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으로 아버지가 보유한 4조원 상당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는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억 원 이상 재산에 적용되는 상속증여세의 최고 세율 50%를 적용하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 870만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실탄을 마련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SDS의 상장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SDS 상장은 빠르면 오는 11월내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심사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한 ‘패스트트랙’의 첫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활성화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에 따라 6월 패스트트랙 제도를 유가증권시장에 도입한다. 경영실적과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우량기업에 한해 ‘기업 계속성’ 심사를 면제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대상은 자기자본 4000억 원 이상이면서 매출 7000억 원 이상(3년 평균 5000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 300억 원 이상(3년 합계 600억 원 이상)인 기업이다. 심사 단축 기업에 선정되면 기존 45영업일(9주)이던 상장 예비심사기간이 20영업일(4주) 이내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삼성SDS가 패스트트랙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 7조원, 순이익 3200억 원을 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규모만 5조3000억 원에 달한다. 패스트트랙 적용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상장예비심사 청구에서 상장까지 통상 4~5개월 소요되던 시간이 3개월 정도로 단축 돼, 당초 목표인 연내 증시 입성은 물론 이르면 11월 내 상장도 가능해 진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SDS 상장 준비를 탄탄히 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 트라우마’ 극복 여부도 관심

관심은 공모가. 지난 2010년 5월,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거래로 꼽혔던 삼성생명 상장은 거래 규모만큼이나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당시 삼성생명의 상장 목적은 삼성차 채권단이 십 수 년째 껴안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주기 위해서였다. 공모가는 삼성차 채권단이 제기한 소송의 해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였다. 공모가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삼성차에 연대보증을 선 삼성 계열사들이 부족분을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밴드(9만~11만5000원)의 최상단 수준인 11만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가치보다 1만 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다.
삼성그룹측은 앞서 상장한 일본 다이이치생명의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 비율(P/EV) 0.6배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33배를 적용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수요예측에 불참할 정도였다. 결국 삼성그룹은 삼성차 채권단과의 부채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지만 그 부담은 대부분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기대와 달리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상장 당일 12만1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주가는 이후 롤러코스터처럼 내리막길을 탔다. 상장 후 4년이 지난 지금 삼성생명 주가는 10만3500원선으로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공모가를 뛰어넘은 날짜는 손에 꼽을 정도다.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은 물론이고 상당수 삼성그룹 임직원들도 아직도 엑시트를 못하고 있다. 공모가를 실제 회사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SDS의 경우에는 삼성SDS의 공모가가 20만원을 넘어 30만원까지 갈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가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SDS의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공모가를 산정할 경우 최대 13만~14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뛰어넘는다. 주관사 선정전에 참여한 뱅커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삼성생명 트라우마’가 여전한 상황에서 아무리 오너 지분이라고 하더라도 무작정 공모가를 높일 수도 없다는 게 뱅커들의 시각이다. 시가총액 10조원은 과도한 금액이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밸류에이션으로 공모가를 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에 ‘회사의 기업차기 평가 및 적정 공모가 산정’과 ‘상장 여건을 감안한 적정 공모규모’를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오너들의 지분인 만큼 밸류에이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 3세들의 지분은 상속세나 계열분리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삼성SDS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말이다. 밸류에이션 차이에 따라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의 돈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SDS 상장을 위해 만들어진 태스크포스(TF)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선 세 남매의 지분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천억 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내면서까지 IPO에 참여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상장 후 일정 기간을 거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SDS의 재무여건이나 실적,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 증가→주가 상승’의 선순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전도사’ 전동수 삼성SDS 사장
  “해외사업 강화 · 기업가치 극대화 역점”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과 호스피탈리티 등 분야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의 힘찬 포부다. 지난 5월 8일 삼성SDS는 이사회를 열어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대표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연말 사장단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삼성SDS로 이동한 전동수 사장의 ‘역할론’에 시선이 모아진다. 삼성그룹 내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러 사안이 겹치면서 삼성SDS로 온 것은 ‘좌천’이라는 말까지 돌았지만 삼성전자 내에서 전 사장이 보여준 능력이나 그에 대한 평가를 봤을 때 삼성SDS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기 위해 간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해 전부터 상장추진에 대한 루머는 계속 있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동수 사장이 삼성SDS 사장으로 임명될 때 내부에서는 이제 상장의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전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 마케팅팀장, 디지털미디어총괄 디지털AV사업부장을 거쳐 반도체 사업부 메모리당당 부사장, 사장을 역임했다. 삼성 내에서는 드물게 ‘세트’(완제품)와 ‘부품’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삼성전자 D램 메모리를 세계 최고 위치에 올려놓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삼성그룹 사상 최연소로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장이 해외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도 국내 사업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올리기에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은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비판이 거세지자 국내 IT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017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60%로 늘린다는 계획. 이 같은 사업구조 변화 측면에서도 해외사업 경험이 많은 전 사장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SDS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여러 가지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외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투자 재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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