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기 보다는 ‘투명’하게 정면돌파
‘쉬쉬’하기 보다는 ‘투명’하게 정면돌파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3.2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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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위기극복 리더십

기업은 언제나 위기를 안고 산다. 경영은 끊이지 않는 이 위기들을 어떻게 잘 극복해내는가에 따라 성적표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경영자의 자질은 위기에 닥쳤을 때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는 리더의 역할이 빛이 나지 않지만 위기에 봉착했을 때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되곤 한다.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찾아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밤 10시 56분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또 기도 확보를 위한 기관지 삽입을 한 상태에서 삼성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받은 시술은 ‘스텐트’(stent) 삽입술로 일반적으로 심근경색 환자에게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해 행하는 혈관확장술이다.
이 회장은 5월 25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가운데 입원 치료 중 눈을 뜬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입원 후 스텐트 시술, 저체온 치료, 진정 치료 등을 받아왔다. 의료진들은 의식 회복을 서두르는 대신 이 회장의 진정치료 기간을 늘렸다. 보다 안정적으로 회복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회장의 의식 여부 등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눈을 크게 뜨는 등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반 병실로 옮긴 후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검사결과도 안정적이고 상태도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일반 병실로 옮긴 뒤 눈을 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각종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오너의 병환’은 대형사고 만한 위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재계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이 오너 회장의 갑작스러운 병환에 대처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오너의 ‘건강’은 핵심기술의 유출이나 사업장의 대형사고 이상 가는 악재일 수 있다. 대규모 투자나 신규 사업 진출, 인수 합병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대부분 오너 회장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너의 건강문제는 언제나 극비사항이고 통상적인 병원 출입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론에 알려진 오너들의 건강 문제는 몇몇 오너들에 국한되어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우 최근 재수감 2주 만에 서울대 병원에 재입원했다. 신장이식 수술 후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 때문이다.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해오던 중 지난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었으나 상태가 악화되어 구속집행 정지 상태에서 부인 김희재씨의 신장을 이식 받은 바 있다. 그는 근육이 퇴화하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도 앓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최근까지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었다. 지난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되었다가 당뇨, 만성 폐질환, 우울증 등이 심해져 집행유예를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올 3월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해 자택에서 마무리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 귀국 2주일 만에 다시 치료차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몇 년 새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2010년 담낭암 수술을 받았고, 올 초에는 전립선암이 발견되어 항암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후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상태다.
대부분의 건강한 회장들은 평소에 수시로 건강을 체크 받는다. 적어도 연 1~2회씩은 최고 수준의 종합검진을 받지만 주치의나 전문 의료지식이 있는 비서진을 통해 회사나 자택 등에서 수시로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 이들 회장은 통상 병원에서 VVIP 대접을 받는다. 단순히 비싼 병실에서 비싼 서비스를 이용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치료나 수술과정에서 자칫 문제가 발생해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그만큼 해당 병원의 입장에서는 평판에 큰 타격일 수 있다. 시중 대형병원 관계자는 “(재벌 회장들의 경우) 당연히 병원장 차원에서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회장 건강은 극비사항…해외병원 이용 늘어

병원 선정에도 룰 아닌 룰이 있다. ‘삼성가’는 당연히 삼성병원을, 현대차 그룹ㆍ현대중공업 등의 현대가는 아산병원을 주로 이용하고 LG그룹은 서울대 병원을 찾는다. 그렇다고 범 삼성가가 모두 삼성병원을 이용하거나 범 현대가가 모두 아산병원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회장이나 회장 일가의 건강문제가 자칫 친척들이나 경쟁기업에게 흘러들어가 ‘악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정보가 기밀사항으로 관리된다고는 하나 단 1%라도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상속이나 경영권 문제로 친척간의 분란이 있었던 그룹들의 경우 같은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범 현대가 방계그룹들의 경우 회장이나 후계자 등 핵심 경영진들이 의외로 아산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료나 치료, 수술 역시 아무 의사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특히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들의 담당의사는 여러 가지 검증을 통해 ‘더더욱 까다롭게’ 결정된다. 60대 이상의 노년층 회장들과는 달리 40대 전후의 젊은 후계자들에겐 병원에 드나든다는 사실 자체가 새어나갈 경우 근거 없는 루머로 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신뢰할 수 있을만한 의사들이 선택된다는 설명이다. 오너가의 딸들이나 부인들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위험들을 피해 아예 미국이나 가까운 싱가포르, 일본 등에 거점 병원을 두고 이용하는 대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유명 사립병원의 경우 신분을 숨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한데다 배타적인 환경에서 국내보다 훨씬 호화롭고 편안한 진료 및 치료가 가능해 해외 유학파 출신의 젊은 후계자들은 해외 병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워렌 버핏 “내 건강에 변화가 생긴다면…”

회장의 건강문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화두다. 특히 미국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 만큼 ‘오너’의 건강 못지않게 현재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의 건강이 주요 포인트다. 회사가 CEO의 건강 문제를 사회, 시장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도 그 기업의 리스크 대응 능력의 일부로 평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잡스는 시대의 혁신가로 세상에 이름을 남겼지만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만큼은 시장과 언론에게 거의 빵점을 받았다. 잡스는 2003년 그가 취장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 여러 차례 건강이상설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상태를 재대로 외부에 알린 적이 없었다. 2009년에는 건강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임직원에 과로에 따른 영양불균형 문제라고 둘러댔으나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건강이상으로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혀 주가를 폭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반면 세계적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잡스와 반대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2년 4월 자신이 전립선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예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통해 알렸다. 정확한 몸 상태, 향후 투자 계획과 함께 “내 건강에 변화가 생긴다면 주주들에게 즉각적으로 이를 알릴 것”이라는 문장도 덧붙였다. 병이 위중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팔순 투자가의 이러한 자신감과 열린 태도가 투자자들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끌어냈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평이었다. 그는 이후 완치되어 활발히 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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