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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9 19:43 (월)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말하는 공익, 그리고 삶
[인터뷰]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말하는 공익, 그리고 삶
  • 인사이트코리아
  • 승인 2024.04.01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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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게으름’을 경계하라...많이 읽고,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라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 <이필재>

[인사이트코리아=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북한이 우리나라를 최대의 적으로 규정했어요. 북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은 별로 없지만,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의 동맹인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스라엘-하마스전으로 인해 전선을 넓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상황이 잘 관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거듭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사일 능력을 향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미사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북한이 무엇을 받는지 의문입니다. 북에 없는 미사일 기술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후계자인 듯한 딸을 공개했는데, 이렇게 후계를 도모한다면 전쟁 준비를 할 거 같지는 않아요.”

지난 2월 5일 오후 강 전 장관이 특임교수로 있는 연세대에서 그와 만났다. 38대 외교부장관을 지낸 그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외교부장관이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수장이기도 했다. 2018년 가을엔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외교부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영사 업무 대폭 강화한 게 큰 성과”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의 얼굴인 외교부 장관으로 3년 8개월 재임했습니다. 재임시 주요 성과로 무엇을 꼽으시나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힘쓰는 한편 이 평화 프로세스를 해외에 널리 알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땐 우리나라의 모범적인 방역을 외국에 알려 우리나라에서 배우고 또 우리 도움을 요청한 사례가 많았죠. 무엇보다 영사 업무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 선박사고 같은 사건·사고를 당했을 때 외교부가 주무 부서입니다. 해당국 정부가 사건 조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하는데 과거 그 성과가 우리 국민의 기대치에 못 미쳤죠. 영사 업무는 외교부 직원들이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국민의 안전이 달린 영사 업무는 대사를 포함해 모든 외교부 직원이 내 일처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담당 직원을 늘렸고, 본부에 영사 관련 응급대응팀도 만들었어요. 이런 조치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빛을 발했죠. 비행기 세 대를 띄워 중국 우한에서 우리 국민을 모셔왔고, 비행기를 못 띄울 때 남의 비행기의 좌석을 얻어 모두 5만 명 넘는 국민을 모셔왔습니다.”

그는 폐쇄적·배타적인 외교부의 조직 문화도 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명령 하달식보다 팀워크 식으로 일하도록 업무 분위기를 바꿨고, 특히 성평등은 매일 챙겼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성평등 지수가 꼴찌예요.”

국적도 문화적 코드도 다양한 유엔에서 10년 근무하면서 몸에 밴 글로벌한 시각, 여성이자 외무고시 출신도 아닌 비주류인 점이 이런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장관으로서 신참 외교관을 처음 해외에 내보낼 때 양자 관계를 경험하게 하기보다 가능한 한 다자 외교무대에 서 보게 했는데 이 역시 글로벌한 시각을 먼저 익히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4월 1일부터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뉴욕에서 일한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첫 회장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존 록펠러 3세가 설립한 비정부기구(NGO)로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정책, 문화·예술 교류, 교육을 세 축으로 아시아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도모해 왔는데 지정학적·지경학적 이슈들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와 미국의 가교로서 두 지역이 더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미래를 창출해 나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향점은 공직 또는 공복(公僕) 의식”

강 전 장관은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영문과 교수를 지냈다. 대학을 갓 마친 후엔 KBS 영어방송에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장관으로 입각하기 전엔 유엔에서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당선인 인수위원장을 거쳐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특정 직업인이 되기 위해 특별한 공부를 한 일은 없고 그때그때 재밌는 공부를 했어요. 돌이켜보면 늘 호기심이 많았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경험을 쌓다 보니 또 다른 기회가 오더군요.”

-여러 분야에서 일 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직업적 정체성이 뚜렷하시지는 않았군요. 그래도 이들 직업을 관류하는 키워드는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떤 지향점이라면, 공익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공직 또는 공복(公僕) 의식이죠. 결국 퍼브릭 서번트가 저의 직업적 정체성입니다.”

-장차 무엇이 되겠다는 뚜렷한 직업적 목표가 없는 삶을 주변에 권하시겠습니까?

“그런 목표를 세우면 자칫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오래 살아야 하는데 젊었을 때 스스로 활동 반경을 제한하기보다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지적인 게으름’을 경계하라고 해요. 많이 읽고,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죠.”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해 어떤 우려를 하시나요?

“사회의 분절화, 정치적 양극화, 확증 편향이 극심하고 혐오가 난무하는 풍조가 안타깝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진영을 떠나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서로 대화조차 하려 들지 않으면 국민의 역량을 모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국민 역량을 결집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때예요. 다행히 우리 국민은 수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믿어요.”

-우리나라의 장래를 낙관하십니까?

“저출생 실태를 보면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거 같지만, 저는 낙관합니다.”

-‘망국적’인 저출생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유리천장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젊은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자아실현의 열망이 큰데 그 열망을 펼치면서 동시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전 사회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젊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남성과 동등하다고 느끼면 더 쉽게 아이를 낳을 거 같아요.”

“버킷 리스트는 국내 여행 해보는 것”

강 전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3년간 한-영 통역을 맡았다. 유엔에서 갈고닦은 영어 대응 능력은 외교부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유용했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관심 있는 분야의 영문 자료를 지속적으로 읽어 영어의 논리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그 논리가 익숙해지면 그때 자연스럽게 영어가 글로도, 말로도 나오게 돼요.”

그가 미국 유학 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매사추세츠대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대학생 때 전국 디베이트 챔피언이었다고 한다. 논문을 쓰고 공개석상에서의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 따라가기 힘들 만큼 이 교수가 꼼꼼히 챙겨줬다. 너무 힘들어 때로는 교수가 원망스러웠다.

“지금은 너무 감사해요. 그 시절 기초 훈련을 철저히 받아 유엔에서 인권,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그리고 그에 앞서 세종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큰 도움이 됐어요.

-유엔에 오래 근무하셨는데,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기질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게 버겁다면 재고를 해 봐야겠죠. 그런데 저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엔 좀 소극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연세대 재학 시절 남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니 외향적이 되더군요. MBTI의 기본인 외향성·내향성도 타고난 기질로 치부할 게 아닌 거죠. 아, 영어는 기본이고요”

그는 세 자녀에게 “결혼상대로 너희가 좋다고 하면 배우자의 인종·국적·생김새를 떠나 엄마는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큰딸이 아주 마음에 드는 한국 남자를 만나 평생 엄마한테 할 효도를 다했다고 했어요.”

강 전 장관의 아버지는 KBS의 간판 격이었던 고(故) 강찬선 아나운서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한 그에게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전공한다면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후로 바이올린은 잡아 보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피아노를 시작해 볼까 싶어요. AI 시대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한 확실한 도구는 음악이라고 봅니다.”

-버킷 리스트가 뭔가요?

“외국보다 국내 여행을 해 보고 싶습니다. 여태 가보지 못한 국내 유적지·관광지를 다녀보고 싶은데 또 몇 년을 미뤄야겠어요. 꼭 가보고 싶은 부여를 아직 못 가봤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같이 일을 했든, 놀았든 함께 어울려 즐거웠던 사람입니다.”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평화에 굶주린 이 세상에 평화의 소식이 좀 들리면 좋겠어요.”

-만일 ‘강경화의 인생사용 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저의 삶의 모토가 ‘선하고 의롭게 살자’입니다. 선하게 살아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에요. 사회적으로 의로운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익 추구죠.”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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