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초심으로 돌아가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5.01.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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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Spotlight]“수비 자세 버리고 정면 향해 공격 앞으로~” 一聲

 영웅은 언제 만들어지는가? 사람들은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난세를 이겨내야 영웅이 된다. 요즘 기업들은 비상 경영체제를 갖춘 곳이 많다. 그 이유야 다양하지만 격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기업의 수장들은 언제나 난세를 온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야전 사령관들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이 난세를 평정하고 진정한 영웅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뒤 최길선 회장을 영입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최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고 권 사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룹은 이와 함께 효율적 경영을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 기획실을 그룹기획실로 확대 개편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인사 취지를 설명했다.
권 사장이 그룹기획실장과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게 되면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재성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간판을 최길선 회장으로 바꾸고 현대중공업에서 경영관리 및 영업 등을 두루 경험한 권 사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 지휘하는 체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권 사장이 총괄하는 그룹기획실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이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발탁된 것은 현대오일뱅크에서 낸 경영성과가 바탕이 됐다.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이끌고 온 권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다른 정유업체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할 때 유일하게 흑자를 일궈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약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도와 비교할 때 1000억 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경영을 개선한 것처럼 권 사장이 그룹 경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로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룹기획실장 겸직…사실상 그룹경영 총괄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50년 지기’인 이재성 회장을 뒤로하고 권오갑 사장을 전격 발탁하게 된 이유를 현대중공업이 처한 현실에서 찾는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다. 그는 ‘소유하되 경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지만 이번 현대중공업그룹 체제변화는 그의 결단이 작용했다. 일부에서는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위기상황을 2분기에만 국한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더 큰 문제는 3분기 실적전망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도 난항을 거듭하며 20년 만에 노조 파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적부진, 파업, 성장 동력 부재가 겹친 ‘삼재’의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 판단이 정 전의원의 최측근이자 신임이 두터운 권오갑 사장의 전격 기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권 사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구매, 영업, 관리,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공을 세웠고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권 사장의 사장 발탁은 정 전 의원이 직접 지목함으로써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권 사장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불러들이면서 그룹기획실 사령탑까지 맡긴 것은 정 전 의원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특히 권 사장은 현대축구단 단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과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다. 축구에 관한 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아왔던 정몽준 전 의원의 권 사장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권 사장의 경영능력과 함께 인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 또한 기대주로 발탁된 이유로 꼽힌다.
 
 

“지금은 미래 위해 힘 모을 때”

 
권 사장의 경영능력 첫 시험대는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해법을 어떻게 찾아내는가에 달려 있다. 노사는 아직 통상임금이나 기본급 인상 등 핵심쟁점을 제외한 채 단체협약안을 놓고 협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9년 동안 무파업 기록을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회사는 정기상여금 800% 가운데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기본급 3만7000 원을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3만2013원 인상과 함께 정기상여금 전체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2001년 6월 이후 13년 만이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94년 총파업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권 사장은 취임하자 곧바로 노조를 찾아 정병모 노조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노사갈등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권 사장은 사내소식지에 게재된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미래를 바라보자”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열악한 조건이었던 현대오일뱅크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조직력으로 동종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1위의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노사 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노사 편 가르기는 그만 두자”고 말한 뒤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현대중공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권 사장은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도 예고했다. 그는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며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의 성패는 리더에 달려 있는 만큼 리더들이 수비적 자세를 버리고 정면승부를 통한 돌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있을 당시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했다.
2011년 설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는 회사에 임금협상을 전적으로 위임했고 권 사장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진돗개 2마리를 노조에 선물했다. 진돗개는 신뢰와 희망의 상징이다.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인적 쇄신 주목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경영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면서 체제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꾸려진 TF팀은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에서 일할 당시 호흡을 맞췄던 인물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앞으로 이 팀에서 내놓을 혁신안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대대적 사업구조조정과 인적쇄신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신설한 태스크포스팀(TFT)에는 조영철 현대오일뱅크 전무, 금석호 상무, 송명준 상무가 우선 합류했다. 현대오일뱅크에서 조영철 전무는 재무, 금석호 상무는 인사·홍보, 송명준 상무는 기획업무를 각각 맡아 권 사장과 손발을 맞췄다. 조 전무와 송 상무는 재무와 기획 분야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금 상무는 홍보·인사·노무 등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스크포스팀은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회복, 저가수주 문제해결, 원가절감 방안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 꾸려진 TFT는 울산 사무실에서 그룹의 경영진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경영혁신안을 내놓은 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규모의 사업구조조정과 인사쇄신 등 후속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권 사장이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6년 만에 강등 당했다. 계속되는 수주환경 악화와 실적부진이 원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의 건조·수주역량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장기적 업황 부진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등 수주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매출이 1조6589억45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5% 감소했고 수주액은 150억6800만 달러로 27.69% 줄었다. 올해 시가총액 감소율도 10대 그룹 중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3조8825억 원에서 41.54%가 줄어 지난달 기준 약 14조원에 머물고 있다. 현대중공업 주식의 10.15%인 771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정 전 의원의 주식 평가액 역시 1조882억 원으로 실적 발표 직전 1조3159억 원에서 20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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