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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2 18:4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일한 만큼 보상 vs 위화감 조성…재계 성과급 ‘빈익빈부익부’ 확산
일한 만큼 보상 vs 위화감 조성…재계 성과급 ‘빈익빈부익부’ 확산
  • 손민지 기자
  • 승인 2024.02.1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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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600만원+자사주 15주도 퇴짜…‘배부른 소리’ 눈총
LG엔솔·한화큐셀 ‘트럭 시위’, 삼성전자 노조가입 수 대폭 증가
개인별 생산성 등 명확한 지급기준 마련의 필요성 제기
LG에너지솔루션 노조의 트럭집회는 오는 29일까지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노조>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논란이 일고 있다. 임직원들은 성과급이 실제 회사가 낸 성과에 비하면 못 미친다며 인상 요구와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쉽게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성과급은커녕 연봉 동결이 된 사례, 일정 성과는 냈지만 책임경영을 위해 임원들이 성과급을 반납한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조 가입 증가에 트럭시위까지…‘성과급 타령’에 고통받는 기업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는 정기 지급 대상이 아닌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를 둘러싼 진통이 시작됐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최대 성과에 따른 공정 분배를 위한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동조합은 각각 지난 2일과 7일 사측에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은 조합원이 흘린 피와 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대 실적에 맞게 특별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기아 노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기아 노조는 사측이 특별성과급으로 600만원·자사주 15주를 제시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지급된 특별성과급 400만원·자사주 10주보다 대폭 인상된 수준임에도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노조의 특별상여금 요구에 400만원에 자사 주식 10주를 더해 600만원가량을 특별성과급 차원으로 지급했다. 앞서 2022년에는 사상 최초로 격려금 성격의 400만원을 지급했다.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성과급은커녕 전기차(EV)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 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스텔란티스 이탈리아 토리노 공장 직원 2250명 가량은 이달 1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임시 해고된 상태다. 포드는 전기차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수요 부진으로 오는 4월부터 해당 차종의 생산라인을 1교대로 축소한다. 심지어 포드는 14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재계에서는 ‘요구가 과도하다’는 반응을 넘어, 이들 노조를 만족시키더라도 계열사 노조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 폭은 전년 대비 각각 54.0%, 60.5%인 데 비해 현대모비스는 13.3%, 현대위아는 8.1%로 차이가 난다. 이에 성과급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일부 계열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인당 3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는데, 노조는 현대차·기아보다 적다며 사장 집무실과 본사 로비 1층을 한동안 점거하는 등 농성을 벌였다.

기업들은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지급할 성과급이 없거나 줄었다는 입장인 반면, 직원들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명쾌하지 않고 회사의 수익 인식 기준마저 의심하면서 성과급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에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세제혜택 보조금을 포함시켰지만, 성과급 기준에는 이를 포함시키지 않아 임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했다.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78.2% 증가한 2조16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2022년말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870%였으며,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된 바 있다. 전년의 절반 이상 축소된 성과급 비율에 직원들 사이의 불만이 불거졌다. 직원 1700여명과 연구기술사무직 노동조합은 전광판 트럭을 마련해 지난 5일부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본사가 위치한 파크원을 기점으로 KBS, 국회의사당 등 여의도 일대를 순회하는 트럭집회에 나서고 있다. 트럭 전광판에는 “최대실적 달성에도 반토막이 웬말이냐” “성과체계 개편하여 투명하게 지급하라” “공정한 보상체계 통해 직원신뢰 회복하라” 등의 문구가 인쇄된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처럼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급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LG에너지솔루션 사측은 지난 2일 최고경영자(CEO)인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총 보상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5일에는 공식 입장을 통해 “회사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함께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성과급은 계속해온 대로 목표 대비 달성률로 평가했다. IRA 포함 여부 등이 우리 구성원들이 느끼기에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 한화빌딩 근처에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임직원 일동’이라는 글자가 적힌 시위 트럭이 나타났다. 해당 트럭에는 “한화솔루션 큐셀 경영진께 회사는 매해 반복되는 일방적 통보 방식 횡포를 멈춰주시고 직원 소통을 통한 신뢰회복과 성과목표치 및 성과급 지급 방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번 트럭 시위는 지난해 성과급 액수에 불만을 품은 공장 현장직 직원들이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한화큐셀은 연봉의 14%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전년 30%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회사 곳간 비었는데도 보너스 요구”...대응방안 마련 시급

영업적자로 아예 성과급이 없었던 회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 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연봉의 0%로 책정됐다.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상반기(25%)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DS부문 내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TAI는 0%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를 포함해 매년 OPI로 연봉의 50%~100%를 받다가 지난해 최악의 반도체 불황에 DS부문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하면서 이번엔 많은 직원이 빈 봉투를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경쟁사 SK하이닉스의 격려금 지급 소식이 전해지며 민심에 불이 붙었다.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한파와 대규모 적자를 겪었으나 구성원들에게 1인당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이후 DS 부문 사내 게시판 나우톡에는 노조 가입 인증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66%가량 증가했다. 지난 5일 기준 조합원 수는 1만66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명)의 약 14%에 해당한다.

이외에 신세계도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바 있으나 올해는 특별 격려금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임직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은 편이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의 경우 성과급은커녕 연봉 동결 소식부터 접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성과급 불만이 동종업계의 이직 경쟁으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은 설 연휴 직전 회사가 지급한 성과급을 모두 반납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부사장)가 경영진의 책임경영과 위기의식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설 직전 지급된 지난해분 성과급을 자진 반납한 데 따른 결과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주요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성과급에 불만을 표출하는 양태가 마치 연례 관행처럼 번지는 듯해 심히 우려된다”며 “해당 산업의 업종·업태에 따라 경영성과 발생 여부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성과급 불만 도미노’는 경영현실을 무시하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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