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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3 19: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수출입은행 자본금 늘려 폴란드 무기 수출...국익 도움인가, 리스크 키우는가
수출입은행 자본금 늘려 폴란드 무기 수출...국익 도움인가, 리스크 키우는가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4.01.3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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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대한 대출 한도 소진...정부, 자본금 늘려 수출 확대 추진
야당 "수은 건전성 관리 문제 심각해질 수도"
K-9 자주포가 155㎜ 탄약을 발포하고 있다.<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군비청에 수출하고 있는 K-9 자주포.<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정부가 국내 방산업체의 ‘30조원’ 규모 수출계약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대출 한도가 꽉 차면서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증액을 통한 추가 대출이 진행돼야 수출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산 수출 성과를 위한 수출입은행 등 은행권의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란드의 성장성과 신용등급은 상당한 대출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수출입은행의 리스크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1일 방산업계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상대로 수출입은행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수출입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는 15조원으로 정해져 있으며, 현재 14조8000억원이다. 이를 30조원에서 35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증액 추진은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계약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게 정부의 주장이다. 수출입은행은 특정 대출자에 대해 자기자본(지난해 9월 말 기준 18조8475억원)의 40% 이상(약 7조5000억원)을 대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와 무기 공급계약을 맺은 폴란드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대출 한도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정부는 국내 방산업체와 폴란드의 2차 계약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9위 수준인 방산 수출 실적을 오는 2027년 매출 약 30조원의 방산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 개정 시 폴란드 추가 대출 6조원 이상 가능

앞서 폴란드군비청은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K9 자주포·천무 다련장로켓), 현대로템(K2전차) 등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기로 하고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들은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을 통해 폴란드로 인도되고 있다.

문제는 폴란드군비청과의 1차 계약에 담기지 못한 30조원 규모의 2차 계약 건이다. 1차 계약 이행 당시 수출입은행의 폴란드에 대한 대출 한도가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해 자본금을 30조원으로 늘리면 추가 대출은 6조원에서 7조원가량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군비청이 무기를 수입하는 대신 수출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차츰 갚아나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수출금융 지원이 없다면 수주계약을 이행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방산업계의 요구에도 수출입은행 개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제 관련 선거법 등 여야 쟁점법안이 늘면서 국회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 더불어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방산 수출 실적 내기에 급급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 지연으로 민간은행에 지원 사격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정부 요청에 따라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통해 3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2차 계약 규모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방산수출 지원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아직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금리와 같은 조건이 폴란드 정부에는 불리하기 때문에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자하더라도 특정 차주 집중 위험”

금융권에서는 수출입은행 자본금 규모를 늘리더라도 특정 산업을 위해, 특정 대출자에 집중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자본금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증액됐고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려면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수출금융에 특화된 기관이더라도 방산 등 특정 사업에 집중해 자원이 투입된다면 정책금융기관의 목적, 국고의 국민경제적, 균형적 활용에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대한 집중 지원은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도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폴란드와의 방산 수출 계약에 총 36조원의 수출금융이 필요하다” “수출금융한도는 수출입은행이 8조, 무역보험공사 17조8000억원 등으로 이미 초과했다”며 건전성 관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9월 말 외화대출잔액은 약 61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2차 계약 실행에 필요한 수출금융(약 30조원)을 더할 경우 폴란드에 대한 대출액은 전체 외화대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대출기간은 10년 이상으로 폴란드에 대한 높은 자산 편중은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민간은행을 향한 지원 요청은 은행업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민간은행이 프로젝트 금융의 대주단으로 참여할 수 있게 정책금융기관이 기회를 주는 식으로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출 기간은 길고 지원 규모는 큰 특정한 프로젝트에 민간은행을 밀어넣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각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프로토콜 원칙이 있을 텐데 여기에 맞지 않게 지원을 요청하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중장기 대출은 민간은행에 제대로 해본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폴란드가 경제적으로 탄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폴란드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적격등급에 해당하지만 한국(AA)과 비교하면 네 단계 밑이다. 경제개발협략기구(OECD)가 예상한 폴란드의 2024년 경제성장률은 2.9%로 신흥국치고 낮고 선진국인 한국(2.3%)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 대한 거액의 여신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정부는 1990년 냉전관계 해소를 위한 북방정책에 따라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에 30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하고 한빛 등 10개 은행이 14억7000만 달러를 제공했지만 1991년 소련은 붕괴됐다.

이후 소련 계승국인 러시아가 채무를 떠안으면서 어려운 재무 사정으로 갚지 못하고 한국과 협의해 전차, 대전차무기 등 무기 현물로 상환하는 불곰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당시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한 상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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