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신광렬 기자] 미국 증권거래소(SEC)가 10년간의 거부 끝에 마침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했지만, 이같은 호재가 무색하게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19일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약 4만1000달러(약 5500만원)선에서 횡보 중이다. 이는 24시간 전보다 약 3.3%가량 하락한 수치로, 12월 중순 이후로 최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4만달러 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소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새로운 전성기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약 4만6000달러(약 6100만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ETF 승인 하루만에 8%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전례없던 수준의 급락을 이어갔다.

이같은 폭락의 주 원인으로는 ETF화로 인해 시장에 대규모의 비트코인이 매물로 풀린 것이 꼽힌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가격이 높아질 만한 호재가 발생하자 차익 실현을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고, 이로 인해 쏟아진 매물들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소의 현물 ETF 승인 발표 이전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승인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며 “승인이 난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기대할 만한 요소가 없어졌고, 이로 인해 매도세가 가속화되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ETF화가 당시의 기대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데시멀디지털그룹의 설립자 헨리 로빈슨은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는 ETF에 대해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ETF 출시 자체는 흥미롭지만, 운용 수수료를 감안하면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y.코인 자기 보관)에 비해 큰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 디지털 통화에 대해 강경 발언…“CDBC, 자유에 대한 위협 될 것”

여기에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통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의 약세에 추가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뉴햄프셔에서 진행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유세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CBDC)는 정부가 시민의 자금에 은밀한 접근을 가능케 해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폭정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다면 CBDC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당선 후보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이같은 발언은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약 1.7%의 하락세를 보이며 비트코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더리움이 아직 ETF 승인이 나지 않은 만큼, 높은 기대감으로 인한 가격 상승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롭 긴즈버그 울프 리서치 전략가는 “이더리움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힘입어 가상화폐 분야에서 리더십을 되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