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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KB금융의 투명한 경영승계 프로그램, 단단히 뿌리 내리다
KB금융의 투명한 경영승계 프로그램, 단단히 뿌리 내리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12.2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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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B사태 계기 체계적 시스템 갖춰…사외이사 전문·다양성 확보
양종희 회장, 내부통제 디지털화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 이어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KB금융지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KB금융지주>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금융회사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배구조다. 제조업과 달리 직접적인 상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데다 사회공헌의 경우 오래 전부터 자본력을 바탕으로 어떤 업종보다 잘 해오고 있어서다.

환경·사회부문과 달리 지배구조 부문은 돈을 들인다고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금융회사 대부분이 소유가 분산된,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이고 정부의 규제·개입 강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심한 업종에 속하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이사회, 종업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직원의 배임·횡령 행위가 발생할 수 있고 정부에서 낙하산이 내려오기 마련이다. 이는 대손비용 증가, 비전문적 경영으로 이어져 회사 수익성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2014년 KB사태 교훈, 내부 승계 프로그램 만드는 계기

국내 자산순위 1위 은행지주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10년 전만 해도 불안정했다. 이른바 2014년 KB사태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었으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박근혜 정부 쪽 추천 인사로 알려졌다.

KB사태는 KB금융지주 주(主)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집안싸움이다. 임 전 회장은 당시 이사회 승인에 따라 업계 트렌드인 유닉스로 바꿀 예정이었던 반면 이 전 행장은 과대한 시스템 교체 비용을 문제 삼으며 기존 IBM 사용을 주장했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금융사 CEO로 내려 보내는 관행은 KB사태의 도화선이었다. 낙하산 CEO에 잘 보이면 승진하고 그렇지 않으면 짐을 싸야 했던 만큼 그룹 직원들은 어느 한쪽을 편 들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지주 뼈대이자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1998년 장기신용은행, 2001년 한국주택은행과 합병하며 몸집을 불렸다. 내부에서는 인수 주체인 국민은행이 1채널, 덩치가 컸던 주택은행이 2채널, 상대적으로 열세인 장기신용은행이 3채널로 불렸고 승진에서 채널별 차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에 따른 계파 갈등은 낙하산 CEO 관행에 불을 붙였다. 각 채널들이 주도권 확보와 열세 극복을 위해 낙하산 CEO에 기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산시스템 교체라는 단순한 이슈가 회장과 행장 세력의 주도권 다툼으로 흘러간 이유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KB사태 당시 부사장으로 상황을 목도하고 내부 CEO 육성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공들여 만든 시스템이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이다.

KB금융은 2016년 7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한 내부 규정인 ‘경영승계규정’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 및 변경, 최소 자격 요건, 회장 후보군 관리, 경영승계 개시 사유 및 개시결정 시기, 최종 후보자군 선정 및 자격 검증, 비상상황 발생 시 승계 절차 등을 명확히 했다.

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CEO 후보군 관리 역할을 강화했다. 회추위에 회장 내부 후보자군(Long List)을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퓨쳐그룹 CEO코스(FGC) 운영 자격을 부여하고 내부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영 현안 이해도를 검증하는 발표회를 연 1회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회장 후보자 평가 절차는 꾸준히 개선하며 투명성을 높였다. 2023년 7월 압축후보군(숏리스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1회 진행하고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던 절차를 개선해 인터뷰를 2회 하고 외부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도 실시하도록 했다.

승계절차 착수 시기와 숏리스트 선정 시기는 기존보다 3주 정도 앞당겨 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숏리스트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기존 19일에서 한 달로 늘려 후보자들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검증 기간을 확대했다.

수년에 걸쳐 다듬어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CEO에 오른 이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다. 정부가 은행 공공재 성격,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외풍(外風)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으나 KB금융은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승계할 수 있었다.

사외이사 전문성·다양성 확보

KB금융은 내부 경영승계 시스템 마련에 힘쓰는 동시에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였다.

이사회역량지표(Board Skills Matrix·BSM)는 KB금융이 사외이사 제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글로벌 표준 이사회 구성안이다. KB금융 이사회는 회사가 직면하는 다양한 과제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매년 말 ‘이사회 및 위원회 구성 적정성’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전문 분야를 검토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전문분야를 금융·경영·재무(리스크관리)·회계·법률(규제)·디지털(IT)·ESG(소비자보호) 등으로 구체화해 2022년 말 총 130명의 후보군을 마련했다. 전문분야를 여러 개로 나누고 사외이사 후보군을 두텁게 다져두는 것은 회장 등 지주 임원들의 합리적인 결정을 돕거나 불합리한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위해서다.

KB금융 이사회는 국내 은행지주에서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를 3명 뒀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권선주·여정성·조화준 이사가 여성으로 그 비중은 42.8%를 차지한다. 이력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갖춰 들러리 인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2013년 말부터 2016년까지 IBK기업은행장을 역임한 권선주 이사는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이자, 행원에서 행장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여정성 이사는 서울대 교육부총장을 지낸 소비자정책 전문가이며, 조화준 이사는 BC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 KT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친 여신금융업에 밝은 재무전문가다.

양종희 회장, 내부통제 디지털화로 지배구조 개선 추진

지난달 취임한 양종희 회장 역시 지배구조 선진화에 힘쓰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금융권에서 빈발하는 횡령 등 내부통제부실사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15일 ‘지주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했다.

지주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 점검 결과 공유,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 및 대응방안, 임직원 윤리의식·준법의식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위원회다. 양 회장을 비롯해 지주 감사와 정보보호 담당 임원, 지주·계열사 준법감시인이 참석해 내부통제 디지털 전환 추진 계획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인공지능(AI)과 로봇업무처리자동화(RPA)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직무에 대한 사전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이상거래를 유형별로 신속하게 분석해 이상행동 패턴별로 시나리오를 설계, 금융사고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각화된 내부통제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내부통제에 대한 임직원의 경각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과 IT기술을 바탕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고객에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금융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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