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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건강전도사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 말하는 ‘인생 플랜B’
[인터뷰] 건강전도사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 말하는 ‘인생 플랜B’
  • 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 승인 2023.11.0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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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옛날 명함 내밀면 꼰대 소리 들어요”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필재>

[인사이트코리아=이필재 인물스토리텔러] “오너 경영인이 거액의 급여를 받는 건 잘못입니다. 배당금으로 받는 것과는 달라요.”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은 경영자와 평사원 간에 능력의 격차가 그렇게 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1942년 대구 생인 이 전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공인회계사다. 한국제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30대 중반에 부도난 제지회사를 인수해 온양펄프를 창업했다. 그 후 꾸준히 부실기업을 인수해 30여 계열사를 거느린 신호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 시절 그는 ‘부실기업 조련사’ ‘M&A 마술사’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그 나름의 꽃을 피웠다.

재계 순위 25위였던 신호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는다. 2006년 신호제지 매각을 끝으로 그는 평생 최선을 다해 일군 모든 사업을 접었다. 그 후 2010년 일본 여행 도중 협심증으로 쓰러졌는데 이를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다. 만 68세 때다.

노인을 위한 운동법 연구도 병행했다. 상명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순천향대 대학원에서 ‘신체활동과 건강 관련 삶의 질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년학과 종교학을 연구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지난 6월 그는 <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이란 책을 냈다. ‘인생에는 항상 플랜B가 있더군요’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가 내민 명함 직함은 한국시니어근력운동실천기구 이사장

“기업의 주인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기업은 영원해야 한다”고 책에 쓰셨습니다.

“창업자가 기업이라는 아이를 낳지만 그 아이가 오너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선 안 됩니다.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앵벌이 시키면 되겠어요? 기업도 일단 창업을 하고 나면 독자적인 생명체입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시나요?

“경영권 승계라는 미명으로 자녀를 옭아매는 겁니다. 뛰어난 예술가나 운동선수가 될 수도 있는 자식을 왜 회사에 묶어둡니까? 경영이란 일이 잘 맞는 사람에게 넘겨야죠. 보유한 지분만 법에 따라 물려주면 돼요. 일찍이 오너 승계를 배제한 유한양행이라는 모델이 우리나라에 이미 있습니다.”

그는 과거 기업인 시절 사원 집단지주제를 시행, 사원 공유 방식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제시했다.

“주가가 오르면 다들 주식을 팔아 실패작으로 귀결된 우리사주조합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 했습니다. 주식을 구성원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주려 한 거죠. 의결권은 지분만큼 공동으로 행사하게 하고. 그럼 배당을 복리후생에 쓸 수 있습니다.”

그는 신호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이 제도가 정착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망치 회장’으로 불린 고(故) 이순목 전 우방그룹 회장이 그의 형이다. 부실시공을 하면 승용차에 싣고 다니는 망치로 부숴버려 붙은 별명이다. 74세에 세상을 떠났다. 기업인 시절의 그처럼, 우방건설을 창업한 이순목 회장도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돈 재벌은 돈이 없어질 수도 있지만, 건강 재벌은 갈 데까지 갑니다. 건강전도사로 활동하는 건 많은 사람이 건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서예요.”

그는 이번에 낸 책에서 ‘뗏목론’을 폈다.

“우리 인생을 한강에 비유하면 발원지인 태백산에서 태어나 서해로 흘러든다고 할 수 있죠. 그러기까지 여러 번 뗏목을 갈아탑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자신이 다닌 학교, 적을 뒀던 직장도 다 뗏목인 셈이죠. 은퇴한 후에도 옛날 명함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뗏목을 제때 갈아타지 못하는 거예요.”

그는 “어디 가서 옛날 명함을 내밀지 말라”고 했다.

“전 직장이라는 뗏목에선 이미 내렸고 서해바다엔 아직 접어들지 않았다면 다른 뗏목으로 갈아타야죠. 나의 뗏목이 있어야 꼰대 소리도 안 들어요. 꼰대 안 되려면 전(前) 자 붙이는 명함은 내밀지 말아야 합니다.”

은퇴 후 이 전 회장이 갈아탄 뗏목은 건강전도사다. 그가 내민 명함엔 직함이 한국시니어근력운동실천기구 이사장이라고 돼 있다. 상명대 특임교수로, 체육학박사이자 의학박사다. 명예 경영학박사이기도 하다. 청년 같은 몸매에, 81세인데 60대로 보였다. 젊은 세대처럼 바지에 혁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을 시작한 뒤로 감기를 앓은 일이 없고 코로나19도 안 걸렸다고 했다.

“어쨌거나 은퇴해 현직이라는 뗏목에서 내렸으면,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각하고 다른 뗏목으로 갈아타든지 헤엄이라도 쳐야죠.”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필재>

“식사 중 혁대에 손을 대는 건 체중관리 포기하는 것”

은퇴자도 목적지인 서해바다까지 타고 갈, 나의 새로운 정체성에 맞는 탈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에 갈아탄 새 뗏목에 의사·간호사·요양사 등을 태우고 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년의 건강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을 배우자만 태워, 가능하다면 해로해야죠. 노년에 절반씩 가사 분담도 하면서. 저는 요즘 가사의 60~70%를 담당합니다.”

건강 수명과 자연 수명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운동을 보급하기 위해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몸짱 할아버지의 청춘 운동법>을 썼다. 유튜브(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운동 전도사-이순국 박사의 건강한 이야기)도 한다.

시니어들은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생활을 운동화해야 합니다. 생활 자체가 운동이 되도록 하는 거죠. 생활의 강도를 조금 높이거나 반복적으로 시도해 운동 효과를 거두는 겁니다. 운동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게 좋습니까?

“안전하게 밴드로 하는 근력운동을 권합니다. 특히 고령자들은,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힘이 부칠 만큼 저항성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근육은 저항이 없이는 생성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아령을 드는데 열 번을 드니 견딜 만 하다면 그게 저항의 최적치입니다. 죽는 날까지 이 저항성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뭘 꼽으시나요?

“금연, 운동, 7시간 수면, 소식 즉 과식 금지, 봉사, 규칙적인 생활 등입니다. 식사 도중 혁대에 손을 대는 건 체중 관리를 포기하는 거예요. 술은 조금 마시면 괜찮아요. 공부도 노년에 좋은 습관입니다. 운동과 공부가 최고죠.”

그는 매일 세 시간씩 운동을 한다.

운동은 얼마나 하는 게 좋습니까?

“미니멈이 일주일에 30분씩 두 번 하는 거예요. 가능하면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 하기를 권합니다.”

평소 잠은 잘 주무십니까?

“잠이 깼을 때 딴 짓을 하지 않아야 돼요. 흔히 잠이 안 온다고 하는데, 잠을 청하기보다 잠이 안 온다고 다시 뭘 하기 때문입니다. 눈이 저절로 떠져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노년에 체력을 단련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80대엔 공부를 더 하고 아흔살부터는 봉사에 나서려 합니다. 지금도 특강은 다니는데, 무료 특강도 하고 무료로 할 때 더 잘합니다.”

“팔십 넘어 깨달은 건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그는 밴드 보내기 운동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생엔 항상 플랜B가 있다고 주장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경북중 2학년 때 자퇴한 그가 담임교사의 권유로 검정고시를 치러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이 첫 플랜B였다. 색맹이었기에 의대·공대 진학을 포기했지만 상대에 진학해 기업인이 됐다. 법대를 거쳐 판검사의 길을 가지 않은 건 연좌제 때문이었다. 6·25 후 이른바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된 둘째 형이 잡혀가 돌아오지 않은 탓이다. 연좌제는 ROTC를 할 때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대학 3학년 내내 훈련을 받았는데 때늦은 신원조회에서 걸려 그만둬야 했다. 그 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덕에 육군경리학교 교관으로 특채 돼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한때 직장을 그만두고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차렸을 땐 의뢰인의 사정을 감안해 적게 받고 일을 해 준 게 문제가 돼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후 제지업계로 돌아가 창업을 했다. 전화위복. 그는 당시 재무부 징계를 받지 않았다면 회계사로 늙어갔을 거라고 말했다.

“그랬다면 무엇보다 인생의 버라이어티가 없었을 겁니다.”

그는 플랜A대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자꾸 플랜B로 가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지금 타고 있는 뗏목이 정체성과 잘 안 맞아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냥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조직생활을 하더라도 자신과 안 맞을 땐 ‘NO’라고 해야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면 하던 일을 그만둬도 모종의 대안-플랜B가 있게 마련입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알아야죠. 저는 결과적으로 플랜B가 더 좋았습니다.”

‘기업인 이순국’은 다른 독특한 일도 벌였다. 한여름에 연하장을 발송하는가 하면 자신의 좌우명을 디자인한 넥타이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다. 그의 좌우명은 ‘YCDNSOYA’이다. “You Can Do Nothing Sitting On Your Armchair.”(편안한 의자에 앉아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사업 초기 그가 한 재미교포로부터 선물 받은 넥타이에 이렇게 ‘YCDNSOYA’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안주하지 않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경구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이만하면 됐다며 긴장을 푸는 순간 위기가 시작됩니다. 그날로 이 문장을 좌우명으로 삼았고, 주변에 전파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나이를 떠나 삶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건 늘 무엇인가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퇴생활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흔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30년 준비해 40년간 인생 1막을 사는 겁니다. 100세 시대에 은퇴 후 30년을 제대로 살려면 나름대로 투자를 해야죠. 오십부터는 건강을 챙기고 공부도 해야 합니다. 나이 팔십 넘어 깨달은 건 자기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성공은 행복, 실패는 불행’ 식의 이분법적인 잣대도 잘못된 거예요. 행복한 노후의 비결은 현실에 만족하고 충실한 삶을 사는 겁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결국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거예요.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자족하면서 가족·이웃과 나누며 살면 나름 행복한 삶이고, 행복하게 살다 간 사람으로 사람들 뇌리에 남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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