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와 9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미국 완성차 업계의 양대산맥인 GM에 이어 포드와의 2차전지 소재 협력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북미 출장 기간 중 미국 미시간주 포드 본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어 팔리 CEO와 2차전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주 내로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정우 회장, 美서 포드 CEO 만나는 까닭?

최 회장이 팔리와 긴밀히 만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선 포스코그룹과 포드의 양극재 메가딜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양극재는 2차전지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용량과 출력 등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도 팔리 CEO와 비공개 회동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는 국내 2차전지 업계에선 SK온·에코프로비엠과 협력 관계를 맺어 온 포드가 포스코와 접촉을 계속하는 이유에 주목한다.

포드는 지난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된 이후 2차전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포드뿐 아니라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의 IRA 혜택을 받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그룹사가 직접 해외에서 광물을 조달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협력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발표하지 못할 뿐이지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꽤 많이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도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포드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양극재 공급 계획을 본격화할 수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포드와 SK온의 배터리 합작사인 블루오벌SK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차전지, 포스코 최정우號의 성장 동력

최 회장이 '뉴포스코'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 신소재사업 중 하나로 2차전지를 낙점했다는 점도 팔리 CEO와의 회동이 이뤄지는 배경이다. 이차전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차전지소재인 양극재 원료들(리튬, 니켈 등)의 가치가 높아지자 포스코그룹은 리튬과 니켈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575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이차전지용 수산화리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리튬을 채굴하는 아르헨티나 염호는 지난해 말부터 염수 리튬 생산 공장을 착공해 올해 기전 설비 등을 설치하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또 호주 필바라사와 협력해 세운 필바라리튬솔루션 등과 함께 리튬 광산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니켈 제련 및 정제 공장이 완공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을 이끄는 친환경미래소재팀을 ‘총괄’ 체제로 승격했다. 산하에 있던 이차전지소재추진단, 수소사업추진단, 투자엔지니어링 부문은 각 팀으로 재편됐다. 해당 조직은 최 회장 직속으로, 포스코그룹의 신사업을 주도하면서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 중 포드 본사 외에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의 양극재 공장 건설 현장도 찾는다. 그곳에서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와 추가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지난해 7월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캠을 세우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베캉쿠르에 연간 최대 3만톤 생산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