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추진위는 매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자택 앞 시위
정부, 강경 대응...합동점검반 구성 재건축추진위 운영실태 점검
[인사이트코리아=선다혜 기자] 초대형 국책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GTX-C노선 지하 통과를 반대하면서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2028년 개통 목표 GTX-C 차질 우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GTX-C 노선 사업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GTX-C노선은 경기 북부의 양주와 남부의 수원을 연결하는 85.9㎞에 이르는 노선이다. 서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면서 양재역, 삼성역, 왕십리역, 청량리역 등을 관통한다. 주민들이 문제로 삼는 구간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이다. 이 구간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60m 관통한다는 점 때문이다.
주민들은 은마아파트가 준공한 지 40년이 지난 구축 아파트이기 때문에 GTX노선 공사로 인해 지반침하 등이 우려된다며 우회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현대건설은 물론 정부와 전문가들까지 나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 달래기에도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다.
지난 5일 은마아파트 외벽에는 '이태원 참사 가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 현대그룹 명심해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자극적인 내용에 비난이 쏟아지자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뒤늦게 플랜카드를 철거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GTX-C노선안 수정안'을 요구하는 시위를 매주 벌이고 있다.
원래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를 고려해 양재역에서 양재천으로 우회해 학여울역을 지나는 우회노선을 검토했다. 이를 위해 3차례 재건축추진위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현대건설은 국토부에 우회노선안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이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원희룡 장관 '주민들 달래기' 나섰으나 불발
GTX-C노선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나섰다. 지난 23일 원 장관은 강남구민회관에서 GTX C노선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은마아파트 측과 간담회를 열고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 안전성에 대해 주민들과 만나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GTX는 수도권 출퇴근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 핵심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이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며 "GTX는 주택가뿐만 아니라 한강 하저도 통과하는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전한 공법에도 은마아파트만 유독 주택 하부에 철로가 지나가면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는 반대로 국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멈추고 GTX-C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재건축추진위를 중심으로 GTX-C 노선에 대한 반대가 계속되자 정부와 관계당국이 칼을 뽑아들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추진위원회 및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적정성을 감독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합동 행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추진위에 행정조사를 사전통지 했으며, 12월 7~16일 사이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전문가 및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운영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합동점검반은 은마 재건축추진위의 ▲사업 용역 계약 ▲회계처리 ▲정보공개 등 운영실태 전반에 대해 법령과 운영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건축추진위가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해 집회·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지만, 결국은 GTX-C 노선 사업 정상화를 위한 압박용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인 현대건설이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막대한 비용과 공사 지연 등의 문제 발생을 감수하고 우회노선까지 검토했었던 사안이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측은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님비(not in my backyard) 행태를 보이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번 국토부 조사 역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이번 사안이 GTX-C노선 공사를 지연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40년 숙원이었던 은마아파트 재건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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