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신화에 '금'이 가고 있다
강남불패 신화에 '금'이 가고 있다
  • 염지현 중앙SUNDAY 기자
  • 승인 2017.08.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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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후 재건축 연기·매수자 감소 등 위축 뚜렷
▲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4구를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강남 아파트 단지.<뉴시스>

“지난 8월 2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거래를 철회하겠다는 상담 전화가 이어진다. 한 투자자는 15억원 상당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넣어뒀던 1억3000만원 계약금까지 포기했다.”

서울 서초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K 사장은 최근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반면 아파트를 팔거나 사겠다는 문의는 뚝 끊겼다. 서울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H 대표는 “7월까지만 해도 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투자자나 집주인 모두 눈치 보기에 들어간 듯 조용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40건 넘게 계약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도 8월 들어 3건밖에 거래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8.2 부동산 대책’이 서울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투자자가 몰렸던 재건축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셋째주(14~18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16%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다.

▲ 서울 주요지역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부동산114>

강남4구 재건축 분양 줄줄이 연기

이번 부동산 대책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강남4구다. 서초·강남·송파·강동구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 지정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줄어든 데다 재건축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정확하게는 조합원 지위는 팔 수 있지만 이를 산 사람은 분양권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현금청산 아파트를 살 투자자는 없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 실제 강남구는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며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0.13%(8월18일 기준) 하락했다.

최근 재건축단지에서 분양을 연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8월 25일 견본주택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9월로 미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를 재건축하는 GS건설 ‘신반포 센트럴자이’ 역시 8월 말 분양할 계획이었다. 이곳 역시 시공사와 조합이 구체적인 시기를 다시 논의 중이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롯데캐슬’도 분양 시기를 11월로 미뤘다. 부동산 대책 전만 해도 매물 호가가 1~2억원씩 뛰었다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영향이 크다. 분양가가 떨어지면 조합원 분담금이 오른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기엔 분양가상한제에 걸려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 때문에 시공사들은 분양 시기를 연기하면서 재건축 조합과 가격을 재협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이번엔 재건축은 기본이고 재개발·대출·세제 등 모든 영역에 걸친 종합대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과 내년도 늘어나는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고려하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각각 7만5000가구 내외로 최근 10년 평균 물량(6만2000호)보다 많다. 더욱이 앞으로 2년간 수도권 전체에 60만2000가구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역별 맞춤형 핀셋 규제를 강조했던 ‘6·19 대책’과 달리 ‘8·2 부동산 규제’는 정부의 전방위 고강도 대책으로 당분간 집값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머니에 더 강력한 대책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친 전세, 미친 월세 부담에서 서민들이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또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보유세 인상이 문 대통령의 ‘주머니 속 대책’으로 거론됐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급등한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현재 종부세 과세기준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1세대 1주택 9억원 초과(다주택자는 6억원)하는 경우다. 김 팀장은 “보유세가 양도세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양도세는 시세차익이 있을 때 한 번만 내면 되지만 보유세는 자산을 팔아 이익을 거두지 않더라도 매년 세금을 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검토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부동산 보유세를 고려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할수록 집값은 더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20년 넘게 부동산 업계에서 자문·컨설팅을 해온 정봉주 매니저부동산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뒤를 쫓아 내놓은 후행적 조치는 집값 상승세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거래가 잦아들고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인다. 공급이 부족해지면 웃돈을 줘서라도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자가 등장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재임 5년간 종부세 등 12차례 부동산 대책을 선보였지만 공급 부족 여파로 서울 집값은 약 57% 올랐다. 정 대표는 “최근 집값이 상승한 것은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마포·용산·성동 등 투자가치 커질 듯

이번 대책이 강남불패 신화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팀장은 “그동안 강남 아파트는 수차례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프라, 학군 등을 고려한 수요가 끊임없이 강남권에 몰렸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는 도심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사대문 인근의 투자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1960년대 도쿄·오사카 외곽 등에 신도시를 개발했지만 2000년 이후 도심 회귀 현상이 나타났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직장과 가깝고 생활편의시설이 풍부한 도심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 센터장 역시 “강남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공급량이 늘면서 수요를 충족해주겠지만 거주자가 대폭 늘면서 과거보다 강남에 대한 주거 선호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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