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공) 경영
空(공) 경영
  • 박흥순 기자
  • 승인 2016.05.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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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워진다!

기업들은 보통 위기를 맞아 발상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 중 일부는 놀라운 성공을 경험하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한층 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위기를 외치며 변화를 모색한다. 예산을 감축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이다. 늘상 접해온 위기라는 단어는 점차 무뎌져가고, 만성화된 위기경영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위기경영으로는 불안감만 지속될 뿐, 기업의 혁신과 내일을 담보할 수 없다. 일상화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닐뿐더러 발전만 정체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위기경영의 일상화에 빠지는 순간 극복할 수 없는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가장 큰 위험은 오히려 위험(리스크)을 감수하지 않는데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노자의 도덕경에는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민불외사 내하이사구지)’라는 말이 있다.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어찌 죽음에 대한 위협으로 백성을 겁줄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오너 CEO를 비롯한 기업 리더들이 이 말을 곱씹어 봄은 어떨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무언가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자리와 곳간을 지키는데 몰두한다. 지난달 서울 이촌 한강공원에서 열린 이색적인 ‘멍 때리기’ 대회의 취지는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항상 무엇인가를 새로 도입하고 변화하려 발버둥 친다.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혹은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성공적인 사례를 본따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전략을 수립하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을 지시하는 동시에 창조적인 혁신을 이뤄낼 것을 강조한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기업 존재의 궁극적인 이유인 이윤추구를 위한 일이기에 당연하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 365일 ‘위기’를 외치며,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겁주기 식’ 보수적 위기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경영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혁신은 ‘비움’으로부터…

기업과 같은 조직은 커다란 배와 같다. 거대한 배가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하면 전복되고 만다. 기업의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점진적으로 새로운 경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새로 도입할 경영방식은 물론, 그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없이 많은 준비단계가 있지만 가장 최우선으로 행해야 하는 것은 기존의 것들을 ‘비우는’ 것이다.
농사를 예로 들어보자. 논에 물이 항상 차 있으면, 농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벼가 잘 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벼는 부실해지고, 작은 바람에도 잘 넘어진다. 반면, 가끔 물을 빼고 논을 비우면 벼가 튼튼해진다. 웬만한 위기가 닥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비움은 새로운 것들을 채우기 위한 첫번째 과정이다. 역사상 위대한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걸작품과 발견들은 하나같이 ‘비움’의 산물이었다. 자기중심적 이기적 ‘생각들’을 비움으로 인해 생각의 원천으로 다가갈 수 있고, 공동체 모두의 생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창조적 혁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비움을 통해 에고(Ego)가 아닌 다른 의견을 경청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고 여기서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기발한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도 한다. 혁신의 대명사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는 비움의 전략의 하나인 ‘단순화(Simplicity)’를 통해 창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 수 있다’

비움은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골몰하는 기업인들의 생각을 뒤집는 발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비움의 철학은 디자인 관이나 기업의 성공담과 결부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불교 화엄경에서는 “더 많은 것을 희망하기보다는 버리고,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어올릴 수 있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현대 기업들이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는 이른바 ‘공(空) 경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비우면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오묘한 이치를 깨달을 때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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