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실적 호조에도 차입금 6조에 IPO 발목 잡히나
실적 반등에도 6조원대 차입금 발목…재무 구조 개선 과제 SK오션플랜트 매각 검토…지역사회 반발에 협상 기한 연장
[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환경 자회사를 연이어 매각하며 하이테크 중심으로 재편 중인 SK에코플랜트가 큰 폭의 실적 반등에도 재무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IPO를 앞두고 최대 난제로 ‘차입금’이 지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환경부문 자회사를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차입금 부담을 안고 있다.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재무구조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SK그룹은 알짜 계열사 SK오션플랜트 매각까지 검토하며 재무구조 안정화에 나섰다.
회사는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매출 3조24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6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충북 청주 M15X 팹(Fab),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프로젝트 등 대형 하이테크 물량과 자회사 에센코어·SK에어플러스 호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하이테크 부문이 3분기 누적 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SK가 지난 14일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테크 부문 누적 매출액은 4조7116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비중 53.59%를 차지했다. 매출총이익은 5025억원(61.76%), 영업이익 3783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테크 부문이 기업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반면 환경사업 부문은 3분기 누적 매출 4608억원로 전체 매출에서 5.24%를 차지했다. 매출총이익은 495억원(6.09%)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보여주듯 회사의 사업 구조는 과거 ‘환경·건설’ 중심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올 한해 환경사업 관련 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을 매각했다. 이어 오는 12월까지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계열사 편입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실적 개선에도 차입금 '부담'…SK오션플랜트 매각 검토
다만 실적 개선에도 ‘차입금’ 부담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6조158억원, 현금성 자산 1조1868억원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4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타 건설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총 차입금 규모를 기업별로 살펴봤을 때, SK에코플랜트가 6조1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GS건설(5조9820억원), 대우건설(4조4398억원), 삼성물산(3조4168억원), 롯데건설(2조9056억원) 등의 순이었다.
순차입금과 총차입금을 자산으로 나눈 차입금 의존도 또한 SK에코플랜트가 4조8289억원(34.0%)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GS건설(2조7852억원, 33.3%), 롯데건설(2조3641억원, 32.5%) 등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SK오션플랜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조선(선박), 플랜트, 강관 사업을 영위하는 SK그룹 계열사로, SK에코플랜트가 지분 35.6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최대 주주로 올라 SK그룹에 편입, 이후 2023년에는 삼강엠앤티에서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회사의 알짜 계열사로 불려왔다.
다만 지역 주민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매각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SK오션플랜트는 25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 기간을 2개월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디오션컨소시엄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오션플랜트를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한 만큼, 그룹 차원의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SK에코플랜트는 오션플랜트를 포함한 환경 부문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차입금 등 재무구조를 개선해 내년 예정된 IPO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