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찜’한 ‘7억 짜리‘ 美 사교클럽은 어떤 곳
스페인 현지서 오미드 말릭·트럼프 주니어 등과 회동 미국 극우성향 네트워크 ‘록브리지 코리아‘ 이사 등재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재계의 가장 '핫'한 인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등 핵심 인사들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미국 정계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최근 정 회장의 광폭 행보는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가 접촉하는 인물들이 미국 내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사업 네트워크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스페인에서 해외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벤처투자기업 1789캐피털 공동 설립자 오미드 말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 등이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정치·사업계 네트워크에서 존재감이 큰 인물들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말릭은 초고가 민간 회원제 네트워크 ‘이그제큐티브 브랜치 클럽(Executive Branch Club)’ 설립 과정에도 깊게 관여한 핵심 운영자로 알려져 있다.
이그제큐티브 브랜치 클럽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운영되는 민간 네트워크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사교클럽은 가입비만 약 50만 달러(약 7억원)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정당·선거조직은 아니지만 미국 내 정책·사업계 인사들이 모여 비공개로 교류하는 조직이다.
면면도 하나같이 거물급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모임에는 트럼프 주니어와 말릭 외에도 미국 내 정치·사업·테크 분야의 핵심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공동 창립 멤버에는 보수 성향 매체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의 크리스 버스커크,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를 설립한 윙클보스 형제, 2024년 공화당 경선에서 이슈가 됐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 수지 와일스 등이 행사 참석자로 등장한 정황도 있다.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도와 초창기 페이스북 설립에 깊숙하게 개입한 인물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자금 논란, 암호화폐 규제 소송, 극우 성향 매체 운영 등으로 미국 현지에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이 클럽이 단순한 사교 모임이 아니라 ‘트럼프계 정책 네트워크의 사적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제기돼 왔다.
록브리지 코리아 등기부에 정용진·김부겸 등 각계 인사 이름
이번 해외 회동에서 등장한 인물들은 미국 내 민간 정책 네트워크인 록브리지 계열 활동과도 연관돼 있다. 록브리지는 올해 국내에서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 모임에도 정 회장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록브리지 네트워크는 미국에서 민간 정책 커뮤니티로 활동해온 단체다. 한국 법인 역시 정책 연구·민간 외교·국제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는 올해 9월 24일 창립총회를 열고 설립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로부터는 지난달 23일 설립 인가를 받았다. 공식 명칭은 ‘재단법인 록브리지네트워크코리아‘다.
이사진 면면도 화려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EP) 출신 1789파트너스 박병은 대표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대표로 있는 1789캐피털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속해 있는 벤처캐피탈(VC) 회사다. 지난 7월25일자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아시아 지역 투자 확대를 위해 1789파트너스를 한국 내 설립했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해외에서는 보수 성향 민간 네트워크 인사들과 만나고 국내에서는 미국정책 네트워크 법인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사업 이상의 것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과거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해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일자 별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보수 성향 사교클럽 활동과 같은 맥락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정치적 성향을 규정하기보다 그가 어떤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책·사업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인물들과 접점이 생기고 국내에서도 그와 직접 연결된 법인이 설립된 만큼, 그의 대외 교류 방향성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마트·이커머스 등 소비자 접점 산업 비중이 크다. 따라서 총수의 외부 행보는 소비자 인식과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해외 인맥 활동은 사적인 자리라도 해석이 붙기 마련”이라며 “특정 네트워크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방향성을 읽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어떤 이유로 스페인서 회동을 가졌는지,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와 실질적 연계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해외 회동, 국내 법인 참여, 미국발 민간 정책 네트워크가 한 지점에서 포착되면서 그의 대외 행보는 당분간 재계와 정치권의 관심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해외에서 만난 인물들은 단순한 사교 모임 수준을 넘어서 일정한 메시지가 있는 네트워크로 분류된다”며 “이런 인맥과 접점이 반복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 해외 활동이 어떤 의도인지 명확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정치·사회 인식이 민감한 우리나라는 오너 개인 행보가 브랜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은 평소 국내외를 넘나들며 폭넓게 인맥을 쌓아왔고 트럼프 가(家)와 네트워킹 역시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성을 갖고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정 회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회장이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당시 밝혔듯 그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 혁신과 고객 만족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사교클럽 자체도 트럼프 패밀리와 친분이 깊은 네트워크일 뿐,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