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위험한' 투자 마케팅 [기자수첩]

2025-11-19     이숙영 기자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증권사는 옵션을 게임처럼 홍보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모델은 ‘페이커’가 합니다. 마케팅도 좋지만, 이대로 괜찮을까요?”

최근 기자가 대학원 소비자행동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과도한 투자 열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포모(FOMO)’, 늘어나는 ‘빚투’, 무분별한 가상자산 투자. 이 같은 분위기에 투자의 경계심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개인 재테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월급으로 자산을 늘리는 데 한계를 느낀 현 세대는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식부터 상장지수펀드(ETF), 가상자산 등 각종 투자에 진심이다.

관련 업계는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역대급으로 분위기가 좋다. 코스피는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지수 5000을 향해 우상향하고 있고, 해외주식 투자도 여전히 인기다. 영업이익 2조원 달성을 앞둔 증권사도 나왔다.

증권업계는 이때다 싶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홍보하고 있다. 그중 최근 화제가 된 것은 한 증권사의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다. 이 증권사는 사전 신청을 받아 일부 고객에게 서비스를 개시했다. 정식 출시 전 시행한 일종의 시범 서비스였다.

증권사는 시범 서비스에서 “엔디디아 주식이 5% 오르면 옵션 가격은 214% 오를 거예요” “다음주 금요일, 화이자 가격이 오를까요 내릴까요”와 같은 수익률과 게임적 요소를 강조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옵션은 고위험 등급 상품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손실도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고위험 투자상품을 마치 예측 게임처럼 홍보하는 방식은 투자자에게 상품의 본질적 위험성을 흐릴 수 있다.

비단 증권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상자산 업계 역시 투자 홍보에 적극적이다. 최근 업비트는 e스포츠 선수 ‘페이커’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인물로, 청년층에게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광고 영상에서는 “가보지 않았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지만, 가상자산의 본질적인 위험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인지도가 높은 모델을 활용한 홍보는 투자자들에게 강한 신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업계에는 가상자산, 예치금 등을 담보로 코인을 대여해 투자에 활용하는 ‘렌딩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겉보기엔 간편하고 효율적인 투자 수단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상당히 위험하다.

대여한 가상자산 가격이 예상과 달리 급변하면 증거금을 잃고 대여가 종료되는 강제청산이 이뤄진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손실 규모는 순식간에 커질 수 있다. 올해 6~9월 강제청산 건수는 2만건을 넘었다.

투자가 중요한 시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회사의 투자자 보호와 정보 전달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상품을 설계하고 중개하는 증권사와 거래소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도 업계도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