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 ‘필리‘ 투자 계속...‘트윈 생산‘으로 핵잠 건조

김 부회장, 필리조선소 7조 투자...美 언론도 현지 건조에 무게 韓 정부는 국내 건조 고수 입장...원자력 재협정 등 변수 많아

2025-11-12     심민현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사청(MARAD)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우리나라 핵추진 잠수함 건조(建造)를 승인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 달리 오랜 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적 기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 미국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바 있다.

다만 양국은 건조 장소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 한화필리조선소를 낙점한 반면 한국 정부는 국내 조선소 건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는?...김동관, 필리조선소 대규모 투자

12일 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필리조선소에 잠수함 시설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필리조선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핵추진 잠수함 생산기지 신설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부터 활발한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 건조 체제를 구축하는데 그룹의 역량을 쏟고 있다. 

1400억원을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고 미 해군 4대 핵심사 중 하나인 오스탈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에 모빌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 성공 시 한화는 미국 내 두 개의 조선소를 갖게 된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정박해 있다.<뉴시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한화 약 7조원)를 투자해 현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하고 이를 위해 독 2개 및 안벽 3개 추가 확보, 그리고 약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계획이 현실화돼 부지만 확보된다면 밀폐된 지상 작업장과 잠수함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지반 공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화오션 관계자는 “10년 후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인프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 구체적 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화의 필리조선소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힘을 실었다. WSJ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한화를 언급했다. 관계자는 한화 측이 향후 10년 내에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원잠을 건조한다는 내부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많은 변수, 정치권서 ‘트윈 생산 체제’ 대안 제시도

그럼에도 여전히 변수는 많다. 당장 한·미 간 원자력 재협정이나 별도 부속 협정 체결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제작할 부품을 어떻게 반입할지, 소형원자로를 어디서 제작할지 등 복잡한 협의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핵연료를 수출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행정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미국 조선소에서 한국기업이 참여해 미국형 대형 원자력잠수함을 건조하고 상대적으로 소형인 한국형 원자력잠수함은 국내 조선소에서 짓는 방식인 이른바 ‘트윈 생산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잠수함은 미국에서, 한국 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필요한 원잠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선 등을 건조한다면 한국 내 건조 사업 역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고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 및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