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운수권 10개 배분...티웨이 품은 서준혁 소노 회장 시험대 올랐다
장거리 특화 티웨이, 미국 시애틀 등 유력 후보 서 회장, 내년 사명 변경 앞두고 역량 검증 기회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예고된 운수권 재분배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항공업 경영 역량을 입증할 무대가 마련됐다. 서 회장은 지난 6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한항공 출신 이상윤 대표를 티웨이항공 수장으로 선임했다.
공정위, 10개 노선 배분 입찰 개시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이행감독위원회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운항을 목표로 지난주 항공사들로부터 10개 노선에 대한 배분 입찰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주 신청을 마감한다.
정부는 대형항공사(FSC) 중심 항공시장 집중도를 완화하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중장거리 진입을 유도해 경쟁 환경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상 노선은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미국 4개 노선과 ▲인천~런던 등 영국 1개 노선 ▲인천~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1개 노선 ▲김포~제주 ▲광주~제주 ▲제주~김포 ▲제주~광주 등 국내선 4개 노선이다. 이 가운데 인천~호놀룰루, 인천~런던 노선은 미국 경쟁당국과 영국 경쟁당국에서 이미 에어프레미아, 버진 애틀랜틱을 각각 대체 항공사로 지정한 상태다.
서 회장은 지난 2011년 티웨이항공 인수전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 14년여 만에 재도전해 항공사 인수라는 꿈을 이뤘다. 다만 그의 도전을 ‘오랜 개인적 로망을 실현하려는 것‘ 등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서 회장, 대형항공사 표방...多 노선 감당 저력 증명해야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서 회장은 이번 운수권 재분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둬 대형항공사 못지않게 많은 노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서 회장은 지난 9월 사명을 ‘트리니티항공‘으로 변경하고 기존 LCC를 넘어 대형항공사 수준의 서비스와 기재 운영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사명 변경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글로벌 항공 얼라이언스 가입도 추진한다.
티웨이항공은 단거리 위주의 운항에 집중해온 경쟁사들과 달리 장거리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자그레브 노선을 시작으로 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조롭게 운항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인천~밴쿠버 노선을 신규 개설하며 미주 노선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 LCC 중 유럽과 미주 노선을 동시에 운항하는 곳은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다. 이 같은 실적은 이번 운수권 심사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등 지방공항 신규 노선을 확대하며 지역 거점 네트워크를 강화해온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항공업 초보인 서 회장에게 이번 일은 동시에 ‘역량 검증대’이기도 하다. 장거리 노선 확대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기재 운영비 부담을 수반한다. 올해 들어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운항 원가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티웨이항공은 지난 6월 말 누적된 손실이 자본금을 넘어서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 취약성을 드러냈다. 서 회장이 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 기업공개(IPO)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최근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장거리 노선 안정화를 통해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재무구조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 회장은 그럼에도 장거리 노선 전략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그룹 내 리조트, 호텔, 크루즈 등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티웨이항공을 ‘대명소노그룹의 글로벌 관문’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은 티웨이항공을 단순히 자회사로 두지 않고 그룹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항공업은 경기 변동과 외부 변수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서 회장의 경영 감각과 위기 대응 능력이 이번 운수권 배분 이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