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회장, 쇄신 시동 걸었다...컨트롤타워 8년 만에 부활 까닭은?
사업지원 TF→실 전환…정현호 부회장 2선으로 신임 실장에 그룹 ‘재무·전략통’ 박학규 사장 선임 컨트롤타워 부활?…회사 측 “무관하다” 선 그어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로운 ‘뉴 삼성 시대’를 열었다. 기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실(室)로 상설화하고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며 쇄신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임시 조직이었던 사업지원 TF를 ‘사업지원실’로 전환하고 상설 조직화했다. 기존 TF장이었던 정 부회장은 회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에선 사실상 2선 후퇴로 해석한다.
정 부회장은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인사지원팀장과 경영진단팀장 등을 거쳐 2017년 11월부터 사업지원 TF장을 맡았다. 이 회장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서 주요 위기 국면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인물로 평가 받는다.
다만 지난 2년간 반도체 등 주요 사업 실적이 부진하자 대내외적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되고 사업 경쟁력을 되찾는 시점을 맞아 직접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는 박학규 사장이 채우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1964년생인 박 사장은 정 부회장보다 네 살 젊다. 이 회장 신임이 두터운 박 사장은 그룹 내 ‘재무·전략통’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SW)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박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곳은 문과생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SW 관련 학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경리팀으로 입사한 박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무선사업부를 거쳤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전실 경영진단팀장을 지내다가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SDS 사업운영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지원실장(CFO)으로 복귀한 뒤 전사 경영지원실장,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담당 사장으로 선임됐다.
비상 체제 마무리…이재용 ‘뉴 삼성’ 포석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이어져 온 삼성의 비상 경영 체제가 공식 종료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업지원 TF는 2017년 2월 해체된 미전실을 대체하기 위해 그해 11월 설립된 비상 조직이다. 8년 만에 상설 조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또 정 부회장 퇴진은 세대 교체이자 이 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 포석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어낸 첫 해인 만큼 이달 중순쯤 예정인 삼성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서도 상당한 인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 미전실 같은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은 그룹 전체 현안을 조율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그룹 안팎에서도 컨트롤타워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며 “기존 TF 조직이던 사업지원 TF가 상설 조직으로 변경되면서 명칭도 사업지원실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