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重 대표, 현대미포 합병으로 ‘조선 1위’ 수성한다

‘순혈 HD현대맨‘, 내부서 말보다 실행 빠른 리더 호평 HD현대重·현대미포 합병 앞두고 오너가 신뢰속 승진 정 회장 도와 합병 안정화, 마스가 경쟁력 향상 과제

2025-11-10     심민현 기자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HD현대중공업>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가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기선 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HD현대가 추진 중인 조선사업 통합 구도 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단순한 직책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오는 12월 1일자로 예정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앞두고 그룹 조선·방산 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중심인물로서 입지를 굳힌 것은 물론, 정 회장을 도와 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성공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순혈 HD현대맨‘ 이상균 대표, 부회장 승진

10일 HD현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17일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내정됐다. 올해 인사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됐다.

이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인하대 조선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40여 년 동안 HD현대중공업, 그리고 조선 현장 한길을 걸어왔다. 울산조선소 생산관리와 외업 부문을 두루 거치며 선박 건조의 모든 공정을 몸소 익혔고 현장 기술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순혈 HD현대맨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HD현대삼호 생산부문장,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줄곧 그룹의 핵심 조선 계열사를 이끌어온 그는 물적분할이 완료된 2020년 5월 조선해양사업대표에 선임되며 HD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왔다. 이 부회장은 ‘현장이 답이다‘라는 평소 신념 아래 이듬해 HD현대중공업 대표 취임 이후 ‘안전’을 최우선 경영 원칙으로 삼았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상균(왼쪽 첫번째) HD현대중공업 대표가 지난 2024년 12월 18일 직접 직원들에게 어묵을 나눠주며 추위 속 수고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HD현대중공업>

그는 안전통합경영실을 신설하고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협력사에까지 안전관리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전담팀을 파견하며 안전관리 체계를 전사적으로 확산시켰다. 실제 이 부회장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말보다 실행이 빠른 리더’로 통한다.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 문제의 원인을 직접 확인하고 근로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행보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오너가의 신뢰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마트 야드(Smart Yard) 구축과 자동화 설비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장의 데이터를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 조선소’ 체계를 구축해 조선업의 전통적 제조업 이미지를 기술 중심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울산조선소 일부 공정에는 AI 기반 용접 검사 시스템과 드론 점검 장비가 도입돼 사람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작업 정확도를 높였다.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 합병 안착, 마스가 경쟁력 향상 ‘과제‘

이 부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중요한 숙제를 받아들었다. 바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이다. 지난 10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양사 모두 합병안을 통과시켰으며 통합 법인의 명칭은 그대로 ‘HD현대중공업’으로 유지된다. 양사 주주 찬성률은 각각 98.54%(HD현대중공업), 87.56%(HD현대미포)로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업재편은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을 확대, 다변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합병을 통해 방산 분야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함정 건조 기술 노하우에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독과 설비, 인적 역량을 결합,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통합 이후 새 법인을 이끌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K방산 조선 기술력의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2035년까지 매출 37조원(방산 10조원 포함)이라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9조원의 약 두 배 규모로 조선업계 1위 굳히기를 향한 HD현대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에 다소 뒤처지고 있는 마스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이 부회장의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HD현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과 협력을 강조했던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진출이 한화오션보다 늦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조선소 인수·지분 확보 지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올해 들어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조선첨단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7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정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 방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해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캐피털, 한국산업은행과 손잡고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이끌어내는 등 마스가 관련해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마스가를 비롯해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방산 분야에서 기술, 실적, 생산 역량을 결집해 마스가 및 K방산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며 “운영체제를 크게 효율화해 중국에 빼앗긴 시장을 탈환하고 수익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해외 야드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