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조선, ‘마스가‘ 다크호스로 급부상...매각 ‘청신호‘ 켜졌다

국내 최초 한국서 美 유조선 건조…미 해군 MRO 기지 후보로도 물망 매각 앞두고 잇단 호재…몸값 5000억~1조원 거론

2025-11-07     심민현 기자
케이조선 진해조선소 전경.<케이조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중형 조선사 케이조선이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매각 입찰을 앞두고 연이어 호재를 맞고 있다. 최근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특화 조선소 후보지로 거론된 데 이어 미국 국적 유조선 건조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케이조선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다크호스로 평가하고 있다.

케이조선, 한국서 美 유조선 건조...‘국내 최초‘

7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진해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5만 DWT(재화중량톤수)급 MR탱커 2척을 미국 기국(Flag)으로 등록해 2027년 초 인도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그리스 스틸십스가 발주한 것으로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건조 계약을 양도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된 상선이 사상 처음 성조기를 달고 취항하게 됐다. 케이조선은 미국 선급협회(ABS) 관계자 감독에 따라 현지 기준에 맞게 유조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선박 인도가 케이조선의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미국 내 MRO 시장 진입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노후 함정과 상선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있는데, 자국 내 조선 역량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국 중형조선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때마침 마스가 프로젝트로 한미 협력이 강화되면서 대형사를 제외하곤 케이조선이 그 흐름의 가장 앞단에 서 있다”고 말했다.

美 MRO 특화 조선소 가능성도...HJ중공업과 ‘경쟁‘

케이조선은 지난 8월 HJ중공업과 함께 ‘마스가’ 프로젝트의 일환인 MRO 특화 조선소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향후 한·미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케이조선으로선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31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과 협의를 거쳐 한국 조선소에 방산 기지 특별구역을 지정해 미 군함·수송선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가 프로젝트 지원법(한·미 간 조선산업의 협력 증진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발의한 상황이라서다. 

특히 케이조선은 입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조선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창원(진해)은 주한 미 해군기지가 위치한 전략 요충지로 실제 연합작전과 정박이 빈번한 지역이다. 유사시에 김해공항에 위치한 제5공중기동비행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인근 산업단지에는 다수 조선소, 방위산업체 등이 위치하고 있다.

진해 조선소는 현재 상태에서도 MRO 수행이 가능하다. 대형 독 2기를 갖추고 있으며 케이조선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이후 조선소 내부 공정도 유연하게 조정 가능해 미 해군 요구에 맞춘 부지 재배치와 보안시설 확충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향후 MRO 사업 확장을 위해 거액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기반 환경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 케이조선은 미 해군 MRO 사업에 회사 사활을 걸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발표 직후 조선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MRO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MSR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MSRA는 미 해군이 함정 정비 역량을 인정한 조선사와 맺는 협약으로 MRO 사업 참여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내년 1월 말 매각 입찰...몸값 5000억~1조원 거론

이 같은 호재에 케이조선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케이조선 매각 가격은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된다. 경쟁사인 대한조선은 최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4.58배를 적용해 1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1000억원대 중반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직 상승이다.

실적 역시 예상 몸값에 걸맞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조선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5921억원, 영업이익 42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9%, 27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1억원에서 231억원으로 무려 11배 늘었다.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4년 전 케이조선을 인수해 지분 99.58%를 보유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KHI(Korean Heroes Incorporation) 컨소시엄은 회사 상황이 최상인 현재를 매각 시점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자문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오는 12일까지 원매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24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실사를 진행하고 내년 1월 말 매각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중순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같은해 3월 중순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케이조선 인수 후보로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가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케이조선은 더 이상 ‘회생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조선 생태계 교두보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 중형 조선업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