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 회장 ‘빅피처’...“일본제철 지분 매각·칭산강철 합작”

철강업계 위기 속 고군분투...실탄 확보해 글로벌 투자 나서 일본제철 지분 매각, 비핵심 자산 정리...2378억원 확보 中 칭산강철과 인니 합작 공장 설립 추진...새 거점 키울 듯

2025-09-30     심민현 기자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 20일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포스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철강업계 불황 속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일본제철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하며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지분 혈맹’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중국 칭산(靑山)강철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합작 공장을 추진한다.

업계에선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는 두 움직임을 사실상 하나의 전략적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제철 지분 매각은 과거 방식과의 결별, 인도네시아 법인 합작은 새로운 성장 축을 상징하는 것이다. 실제 장 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인사, 사업 포트폴리오 등의 재편을 통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포스코, 50년 인연 정리...일본제철 지분 매각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4일 장 마감 후 일본제철 보유지분 약 1.5%(1569만주)의 절반인 785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약 252억엔(2378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포스코와 일본제철 인연은 1970년대 초 포항제철 설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제철은 당시 기술·자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두 회사는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며 ‘혈맹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50년이 흐른 현재 상호 지분 보유는 실질적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일본제철이 지난해 미국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먼저 포스코홀딩스 보유지분(3.42%)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포스코도 같은 선택을 하면서 동맹 관계는 사실상 해체됐다. 이는 ▲경영 자율성 확보 ▲재무적 유연성 강화 ▲비핵심 자산 정리라는 세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장 회장은 일본제철 지분 매각 외에도 국내외에서 저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며 지난 6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7조원가량 쌓아뒀다. 확보한 현금은 미래 신사업 투자로 이어질 ‘실탄’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포스코>

인니로 亞 거점 이동하나...中 칭산강철과 합작 공장 검토

장 회장은 일본제철 지분 매각 직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7월 포스코는 자사가 중국에서 운영했던 장자강포항불수강 제철소를 인수한 칭산강철과 함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 연 200만톤 규모 스테인리스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칭산강철 계열사 막무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헝메탈인도네시아 지분 44.12%를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분 매입이 이뤄질 경우 신헝메탈인도네시아 경영권은 포스코와 막무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55.88%)가 함께 행사할 전망이다. 공장 규모를 감안할 때 포스코 투자 금액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이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의 핵심 원료이자 2차전지에도 필수적인 자원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제련·가공을 의무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또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세계에서 스테인리스강 수요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안정적 원료 확보 ▲저원가 생산 기반 ▲동남아 수요 선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린다. 칭산강철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칭산강철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스테인리스강 생산량 약 30%가량을 차지하는 업계 최강자이지만 품질 측면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스테인리스강 생산 기술과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칭산강철이 장자강포항불수강을 인수한 계기 역시 포스코 기술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칭산강철은 포스코와 협력해 품질 문제를 개선하고 포스코는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 이후 새로운 스테인리스강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이번 투자가 성사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포스코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포스코는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연 300만톤 규모 일관제철소를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스테인리스강 공장이 추가되면 인도네시아는 포스코가 연 생산량 200만톤 이상 공장을 두 곳이나 운영하는 첫 해외 거점으로 격상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장 회장이 중국 생산 거점을 정리하고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린 것은 ‘포스트 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인도네시아 합작은 글로벌 생산망을 재편하는 장 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