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 親트럼프 인사 추가 영입해 ‘마스가’ 신화 쓴다

‘미국통’ 김 부회장, 트럼프 행정부 들어 美 인사 집중 영입 지난해 12월 영입 쿨터, 현지화 전략 진두지휘 호평 받아 웡,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경력 살려 전략가 역할 기대

2025-09-26     심민현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사청(MARAD)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잇달아 미국 인사를 영입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입한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지난 5월 신설된 한화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통합 해외법인 한화글로벌디펜스 수장으로 앉힌 데 이어 최근에는 알렉스 웡 전 미국 국가안보부(NSC) 수석부보좌관을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단순한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 마음을 사로잡아 천문학적 금액이 걸려 있는 미국의 조선·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맞춤형 포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알렉스 웡 한화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한화>

‘마스가‘ 본격화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인사 영입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2일 워싱턴DC 사무소에 글로벌 CSO 직책을 신설하고 알렉스 웡 전 미국 국가안보부 수석부보좌관을 선임했다. 웡 신임 CSO는 트럼프 1기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로 두 차례 미·북 대화에 관여했다. 트럼프 2기 들어서도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임명돼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 파워 게임에서 밀리며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김 부회장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영입에 나선 것이다. 웡 CSO는 지한파(知韓派)로도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2021년 한국 쿠팡의 모기업 격인 ‘쿠팡 INC’에 영입돼 트럼프 2기 직전까지 워싱턴 DC 사무소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했다.

웡 CSO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파트너십 강화, 방위 역량 구축, 주요 시장 재산업화 가속화를 이끌 계획이다. 그는 “세계 조선과 방산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한화는 핵심적인 기업“이라며 “여러 전략적 부문에 걸친 한화의 세계적 수준 기술, 뛰어난 제조 역량, 운영 탁월성은 미국, 유럽과 전 세계 국가들의 안보, 번영, 산업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미국 정·재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열어왔고 최근에는 조선·방산 등 한화의 핵심 해외 사업에 맞춰 인재 풀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보다 더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과 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김 부회장은 이 대목을 주목한다. 공화당·트럼프 행정부 경력을 보유한 인사 영입을 통해 향후 10년간 200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포석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한화>

쿨터, 짧은 시간 내 영향력 확대...웡도 전략가 능력 발휘할까

마이클 쿨터 대표는 짧은 기간 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쿨터 대표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지낸 공화당통이다. 실제 미군 장비 조달과 안보 정책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수장으로서 현지화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쿨터 대표 경험과 인맥의 도움을 받아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이끌어냈고 내년에는 독일, 루마니아 등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 진출 문도 넓어질 확률이 높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해외 방산업체와 계약 시 자국 내 법인이나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쿨터 대표 존재가 미국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 육군이 자국산 M109 팔라딘 자주포를 대체할 ‘자주포 현대화’ 사업 후보군에 K9 자주포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이 쿨터 대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쿨터 대표 존재감은 수출 성과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해 상반기 지상 방산 수주잔고는 3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65%가 수출로 내수(35%)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웡 CSO 영입은 쿨터 대표 영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쿨터 대표가 관리자의 역할이라면 웡 CSO는 전략가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중국 견제 전략과 동맹 관리 정책을 실무적으로 이끈 외교·안보 전문가다. 단순히 로비 창구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전체 글로벌 전략을 맡긴 것은 김 부회장이 웡 CSO에게 상당한 ‘정책적 무게’를 부여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맞춤형 인재 영입은 업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치·군사 네트워크가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쿨터 대표와 웡 CSO 모두 미국 군사·외교 정책 핵심에 몸담았던 인사라는 점에서 한화의 대미 전략을 강화하는 ‘실질 카드’로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김 부회장은 “국제 안보와 동맹 구축 최전선에서 쌓아온 웡의 경험은 미국,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의미 있는 역량을 제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화는 첨단 시스템, 차세대 조선소, 그리고 회복력 있는 산업 역량을 통해 현대 방위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알렉스 웡이 이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