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자동차용 3세대 강판‘으로 불황 탈출한다

철강 보릿고개 활로 모색, 자동차용 3세대 강판 ‘주목‘ 서 사장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 총차입금 대폭 감소

2025-09-25     심민현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지난 4월 세계철강협회로부터 수상한 ‘2025 WSA 지속가능성 챔피언 인증서’를 들고 있다.<현대제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산 저가 공세, 내수 부진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돌파구로 선택한 해법은 바로 자동차 강판 집중이다. 여기에 더해 비핵심 자회사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다잡고 확보한 자금을 핵심 사업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꾀하고 있다.

현대제철, 자동차용 3세대 강판 앞세워 활로 모색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6월부터 당진제철소에서 자동차용 3세대 강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이 10년간 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3세대 강판은 고강도와 고성형성을 동시에 구현하며 전기차 시대에 최적화된 소재로 주목받는다.

일반적으로 강판은 강도와 성형성이 서로 반비례한다. 반면 3세대 강판은 고강도와 뛰어난 성형성을 함께 갖춘 차세대 강판이다. 3세대 강판 인장강도는 기존 제품(1㎬)보다 높은 1.2㎬다. 충분한 강도를 갖춘 동시에 10% 경량화에 성공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로 인해 무게가 무거워진 만큼, 3세대 강판은 전기차에 탑재됐을 때 더욱 큰 효용성을 발휘한다.

현대제철은 3세대 강판을 통해 글로벌 공략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 글로벌 완성차 매출 비중은 2020년 12%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19%까지 회복했다. 업계는 3세대 강판이 본격 공급되면 2030년까지 해외 고객사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폭스바겐·GM·도요타 등 해외 고객사로 확장을 의미한다. 실제 자동차 강판 집중 전략은 소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100만톤 이상 자동차 강판을 판매했다. 이는 2010년 당진제철소 준공 이후 최대 기록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GM과 첫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며 거래처를 다변화했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단일 공장에 이 정도 규모 자동차 강판을 대량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다. 자동차용 강판 시세가 톤당 110만원(일반 냉연강판)~180만원(고장력 강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연간 계약 규모는 1100억~1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서 사장이 자동차 강판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자동차 강판은 건설·조선재 대비 부가가치가 높고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안정적 수익원이 되는 탓이다. 특히 전기차 1대당 고강도 강판 사용량이 내연차보다 10%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강판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현대제철>

 ‘재무통‘ 서강현 매직, 총차입금 20% 이상 감소

서 사장은 그룹 대표 ‘재무통‘답게 현대제철 재무구조 개선 작업 또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자회사인 현대IFC를 사모펀드(PEF) 우리PE자산운용-베일리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PE-베일리PE 컨소시엄이 현대IFC 지분 80%를 인수하고 현대제철이 나머지 지분 20%를 계속 보유하는 구조다.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약 2500억~3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자산 축소가 아닌, 핵심이 아닌 사업을 정리해 자동차 강판 등 주력 분야에 투자할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10조2952억원으로 2021년 말(13조362억원)보다 2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02.9%에서 73.4%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제철이 불황 국면에서도 재무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자동차 강판은 건설·조선재 대비 부가가치가 높고,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안정적 수익원이 된다. 특히 전기차 1대당 고강도 강판 사용량이 내연차보다 10%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강판 시장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현대제철은 확보한 재무 여력을 기반으로 자동차 강판 생산 라인 확충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그룹 내부 의존도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남은 기간 실적 전망치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이 1187억원, 4분기엔 1897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와 재무 구조 개선이 동시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현대제철이 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