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 이어 한화도…생보 빅3 ‘보험금청구권 신탁’ 맞붙는다
한화생명, 하반기 사업 시작 목표로 준비 저출생·고령화 속 생보업 성장동력 부상 제도 개선은 필요…전문가들 “허용 범위 확대해야”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한화생명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참전한다. 먼저 진출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생명보험사 빅3가 모두 가세하면서,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올해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상속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고객의 보험금을 금융사가 맡아 관리·운용한 뒤 지정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그동안 보험금 청구권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이 제도는 주로 생명보험 계약의 사망보험금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 고객이라면 가입 가능하다. 사망 시 유족에게 일시 지급하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수익자는 물론 보험금 지급 방식·금액·시기 등을 계약자가 생전에 설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수익자를 손자로 정하고, 손자가 결혼할 때 사망보험금을 축하금으로 일시 지급하도록 설계하는 식이다. 혹은 사망보험금 3억원을 손·자녀 3명이 대학 학비로 사용하기를 희망할 경우 가입자는 성년 도래 시 각각 1억원을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 서비스가 가능한 보험사는 종합재산신탁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삼성·한화·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 등 5개사다. 이 가운데 실제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다. 여기에 한화생명까지 뛰어들면 빅3 생명보험사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법 개정에 맞춰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했다.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7개월 동안 체결한 계약 건수는 780건, 가입액은 총 2570억원 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컨설턴트의 체계적인 고객 관리와 패밀리오피스, FP센터 등 자산관리 조직의 전문 컨설팅 역량을 기반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서비스를 시작한 교보생명도 누적 계약 건수 554건, 가입액 약 800억원을 확보했다. 신탁전문가, 변호사, 세무사 등 4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협업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담·계약을 돕고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종신보험 계약 많은 생보사에 유리
최근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저성장 위기에 놓인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보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 계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해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보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약 88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계약을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236조원)이다. 이어 한화생명(123조원), 교보생명(119조원) 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은 이미 많이 확보한 종신보험 가입자를 기반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연계하기 용이할 것”이라며 “재무적 안정성도 높아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사망보험 중 보험금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탁이 가능하다. 수익자 역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자녀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족 보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험금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만 신탁을 허용하는 현행 규정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혼이나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를 고려할 때 수익자를 배우자·직계존비속으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탁 가능한 보험계약의 범위를 일반사망에서 재해사망·질병·상해 등으로 확대하고, 신탁수익자의 범위도 직계존비속·배우자에서 동거인·공익법인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