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도 美 조선소 인수 검토...잉걸스·에디슨 슈에스트 후보 거론

한화오션 이어 美 현지 진출...MASGA로 필요성↑ 올해 초부터 가능성 타진...후보들 장단점 뚜렷해

2025-08-14     심민현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 6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미 조선협력 강화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본격 가동을 앞두고 HD현대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쟁사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현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선 수석부회장 또한 조선소 인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정기선, 美 조선소 인수 결단할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스가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졌다.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서 1500억 달러(약 209조원)가 마스가 프로젝트에 배정됐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특히 정부는 펀드 금액 가운데 일부를 미국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HD현대 입장에선 재정적인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조선소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2021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가 ‘피크아웃(성장 정점 통과)’ 우려 등에 직면해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미국 시장 진출 필요성이 높아졌다. 

실제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 달러(약 1562조원)에 달한다.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극적이었던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상황에 따라 빠른 변화를 주는 정 수석부회장 특유의 결단력도 빠른 시일 내 미국 조선소 인수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요소 중 하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Regular Overhaul)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의 라이벌 의식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최근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직접 미국을 찾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협상 타결을 설득하는 등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재건 관련 청사진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현재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인 오스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오스탈 모빌 조선소는 50만㎡ 규모로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 군함 제작에 특화돼 있다.

반면 정 수석부회장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라도 빅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형국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지난 3월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와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가 최근 미국 내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대표.<HD현대>

잉걸스·ECO 조선소 등 후보 거론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인수 유력 후보로는 올해 들어 협력을 맺은 헌팅턴 잉걸스의 잉걸스 조선소와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조선소 5곳 중 한 곳이 거론된다. 

HD현대는 지난 4월 미국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조선 첨단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헌팅턴 잉걸스를 언급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州)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능력을 갖춘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대형 상륙함, 대형 경비함 전량을 건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 운반선을 건조하기로 하고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CO는 미국 내 5개의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8개의 상선 건조 야드를 보유한 조선 그룹사다. 현재 해양 지원 선박(OSV) 300척을 직접 건조해 운용하며 OSV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가 미국 시장에서 한화오션에 밀리게 된다면 국내 업계 1위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미국 조선소 인수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미국과 협의를 통해 군함 건조에 무게를 둘 경우 잉걸스 조선소, 상선 건조에 집중한다면 ECO가 보유한 조선소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