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방산·철도 실적 타고 3연임 ‘청신호‘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이 대표, 3연임 도전 가시권 방산·철도 해외 수주 잭팟...9조원 폴란드 K2 전차 계약 빛나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에 도전할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매출 4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대표는 2020년 취임 후 디펜스솔루션(방산) 부문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등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적자에 시달리던 현대로템은 현대차그룹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현대로템, 지난해 이어 올해도 ‘호실적‘ 이어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257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8.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는 올해 1분기 2028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매출은 1조4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 4조3766억원, 영업이익 4566억원을 기록한 좋은 분위기를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간 셈이다.
특히 방산 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상반기 방산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61% 늘어난 1조4193억원을, 레일솔루션(철도)은 39% 늘어난 929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 물량 생산 증대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은 더욱 밝다. 최근 약 9조원 규모 폴란드 K2 전차사업 2차 이행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정적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으로 폴란드에 K2 전차(K2GF MBT) 추가 물량 116대와 처음으로 양산되는 폴란드형 K2전차(K2Pl MBT) 64대, K2 계열(구난·개척·교량) 전차 81대 등을 공급한다.
이로써 현대로템은 2033년까지 폴란드에 납품할 K2 전차 물량을 넉넉히 확보했다. 현대로템 방산 부문의 수주 잔고는 2분기 2조5440억원이었지만 3분기에는 10조7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철도 부문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3조원에 육박하는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월 모로코 철도청과 2조2027억원 규모 2층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분기에도 지난 4월 미국 매사추세츠교통공사(MBTA)의 이층 객차 추가 물량 및 예비품 공급 사업(1442억원)을 수주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4249억원 규모 대만 타이중(台中) 블루라인 철도시스템(E&M)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하반기 역시 계약 규모 2조8380억원 규모 이스라엘 예루살렘 블루라인 트램 사업 수주 가능성 등이 열려 있다.
현대로템 전성기 이끈 정통 ‘현대맨‘ 이용배 대표
2020년 이 대표 취임 당시만 해도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그룹 내 대표적인 골칫덩이였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1987년 현대정공 경리과에 입사해 오랜 세월 현대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현대맨‘ 이 대표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이에 이 대표는 100% 부응했다. 철도 부문 중심이던 현대로템을 방산과 철도 모두 잘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방산을 육성하기 위해선 대표 상품이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K2 전차다.
K2 전차는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 합작으로 개발한 기종으로 2014년부터 실전배치 중이다. 화력, 기동성 등 기본 성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주력 전차와 비교했을때 사격통제장치와 자동 장전 장치 같은 전자장비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K2 전차 해외 수출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 판단하고 수입국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때마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력 강화에 나선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약 17조원 규모의 K2 전차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일 체결된 2차 이행계약까지 합할 경우 총 규모는 약 26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이 대표가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3연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역대 현대로템 대표들은 모두 단임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연임에 성공한 후 3연임이라는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이 대표 임기는 2026년 3월 24일까지로 3연임 여부는 내년 초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200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23년여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방산업계 호황이라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수년간 기회를 잡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온 이 대표의 공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