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나 홀로’ 선방…조창현 대표 PLCC 입지 강화가 관건

상반기 순이익 1655억원…전년 대비 1.0% 증가 PLCC 시장선 주춤…삼성·신한에 스벅·배민 뺏겨

2025-08-05     남빛하늘 기자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현대카드, 편집=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카드업계가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현대카드가 홀로 선방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그동안 주도해 온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시장에서 주요 파트너사 이탈이 이어지고 있어 조창현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6개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우리·하나)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1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8%(2472억원) 감소한 것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35% 떨어진 24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카드 -29%, 우리카드 -9.5%, 삼성카드 -7.5%, 하나카드 -5.5% 순으로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카드업계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대손비용 증가가 꼽힌다. 실제로 6개 카드사의 대손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1조759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9453억원으로 약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손비용은 카드 대출 등에서 고객이 갚지 않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반영한 것이다. 쉽게 말해 카드사가 고객에게 ‘떼인 돈’이라는 얘기다.

6개 카드사 상반기 실적 추이.<각사, 그래프=남빛하늘>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166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수익(2조1255억원)과 영업이익(2145억원)도 각각 11.1%, 2.3% 늘었다.

외형 성장도 뚜렷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현대카드의 회원 수는 전년 대비 51만명 확대된 125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순증이다. 신용판매 취급액 역시 81조1692억원에서 86조6506억원으로 6.8% 증가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 강화에 따른 신용판매 취급액 및 회원 수 증가로 영업수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PLCC 최강자…‘구원투수’로 등판

눈여겨볼 점은 최근 현대카드가 PLCC 시장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PLCC란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그 브랜드에 집중된 서비스·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현대카드는 2015년 5월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9개 브랜드와 협업하며 ‘PLCC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PLCC 파트너사였던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각각 삼성·신한카드와 손잡으며 현대카드의 동맹에서 탈퇴했다. 여기에 무신사, 네이버, 대한항공, SSG닷컴 등도 현대카드와의 계약 만료 시점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돼 추가 이탈 우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카드 수장에 오른 조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PLCC 입지를 굳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1970년생으로 마케팅전략, 신용판매기획, 고객관계관리(CLM), 금융영업 등 카드 비즈니스 핵심 영역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PLCC 본부장 재직 당시 PLCC 사업 고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현대카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조 대표를 발탁하며 “파트너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상품·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력에 비춰볼 때 금융권에서는 현대카드가 조 대표를 선임한 것 역시 PLCC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PLCC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 대표 체제의 현대카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임 대표의 관리 및 소통 능력은 정태영 부회장의 통찰력과 높은 시너지를 내 현대카드의 중장기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