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엽의 경영인사이트] 고객 니즈 파악이 ‘고객창조’ 출발점
당신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아는가
디지털 전환, AI, 글로벌 경쟁, 산업경계 붕괴, 개방 속의 보호주의…. 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이 속에서 경영은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지지만, 경영이 수행하는 과업은 동일하다. 그것은 기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는 최고경영자(CEO)다. CEO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어떻게 더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 곧 RIGHT THING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올바른 과업을 찾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항로를 찾는 것이다. 이번에 연재를 시작하는 ‘경영인사이트:CEO의 관점’은 CEO에게 올바른 관점을 제시한다.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배우의 성공방정식을 아는가. 무대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올바른 연기(행동)를 하는 것이다. 무대는 세계이고 연기는 CEO가 수행하는 과업이다. 언제나 CEO로 연기하라.
기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정의는 한 가지 뿐이다. 고객을 창조하는 일. 고객은 기업의 토대이며 기 업을 존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피터 드리커>
기업세계에서 고객이라는 말만큼 자주 사용되고, 경영자 와 직원들의 마음에 새겨진 말은 없을 것이다. 고객은 그 만큼 중요한 존재다. 고객을 얻지 못하는, 충분하게 고객을 얻지 못하는 것은 기업의 실패다.
곧 고객창조의 실패이고 또한 경영의 실패이다. 고객을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면서도 왜 기업은 실패하는 것일까? 실패는 조직과 고객이 가치를 통한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조직과 고객의 관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연예계다. 스타와 팬이 맺는 관계는 직선이면서 쌍방향이다. 스타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창작물을 제공하고 팬은 그 창작물을 높은 가치에서 향유한다.
이들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서는 가치를 교류한다. 조직이 고객을 충분하게 획득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고객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상품을 매개로 조직이 고객에게 진정한 가 치를 제공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즉, 조직은 고객의 삶에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는가? 고객은 조직이 제공하는 가 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수용하는가? 고객은 경영이론에서 건조하게 말하듯이 특정한 상품에 대해 일정한 필요를 느끼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고객은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을 통해 진정한 가치, 곧 삶의 실질적 변화를 얻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고객을 창조 한다는 말은 조직이 제공하는 가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그 가치를 통해 삶의 향상을 얻는 사람을 비로소 얻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고객의 필요로 하는 가치의 발견, 가치의 충족, 이 과정이 곧 고객창조의 과정이다. 이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러므로 고객을 얻는 일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이다. 즉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한다. 고객창조의 과정은 바로 이 원칙을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포드의 역작, 에드셀(Edsel)의 실패
에드셀은 미국 포드사 최고경영진이 높은 관심을 기울이 고 상당한 자원을 투자했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제품 이었다.
에드셀은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 제품으로 출시 전부터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고 차별적 디자인과 유통정책으로 성공이 예상되는 자동차였다. 그런데 에드셀을 판매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몇몇 조사결과는 에드셀의 실패를 예견했다.
에드셀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이름 이었다. 포드는 이름 후보로 약 1만개를 검토했는데 최종 적으로 당시 회장인 어니스트 브리치의 제안으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외아들 이름을 제품명으로 정했다. 내부에서는 반론도 있었다. ‘에드셀’이란 이름이 족제비(weasel), 과자인 프레첼을 연상시켜 에드셀이 신개념의 자동차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디자인도 문제가 있었다. 디자인은 분명히 독특했다. 에드셀을 담당한 책임디 자이너인 로이 브라운 주니어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한 번에 에드셀임을 알아볼 수 있게 외관을 디자인했다. 1957년에 처음 에드셀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만했다. 특히 보닛과 그릴은 최대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언론에 나온 기사를 보자. “1950년대 중반의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두 개의 전조등과 가로 방향 그릴이 있는 비슷한 앞모습을 갖고 있었다. 반면, 에드셀은 차량 앞쪽 가운데 큰 링이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큰 링은 에드셀을 다른 차들과 확연하게 구분 지어 줬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 기자들 중 상당수는 에드셀의 이런 너무 다른 모습을 비판했다. 한 기자는 ‘올즈모빌이 레몬 에 빨대를 꽂아 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논평을 했다. 또 어떤 기자들은 차량 앞부분 링이 화장실 변기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몇몇 소비자는 그 링이 ‘이빨을 가진 여성 성기’처럼 생겼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평이 기 자들보다 훨씬 더 나빴음을 알 수 있다. 불행히도 에드셀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첫 해 에드셀의 판매량은 20만대라는 목표에 훨 씬 못 미치는 6만4000대에 불과했다. 포드사는 1959년에는 1960년형 에드셀을 판매했는데 판매량은 더 감소 해서 4만4891대, 1961년에는 2846대로 곤두박질쳤다. 1959년 포드사는 마지막 광고를 집행했고 얼마 후 생산을 중단했다.
알고 있다 vs. 알고 있다는 생각
탁월한 기업은 고객이 사랑하는 상품을 제공한다. 따라서 탁월한 기업을 고객을 잘 아는 기업이다. 이들은 어떻 게 해서 고객을 경쟁기업보다 잘 알고 있을까?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고객을 알기란 어렵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종종 잊혀진다. 특히 성공하는 기업일수록 이런 함정에 잘 빠진다.
1920년대에 미국 자동차산업을 지배한 기업은 포드였다. 창업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는 탁월한 기업가 였다. 대중이 구매 가능한 경제적 가격으로 자동차를 생 산해서 시장을 지배했다. 한때는 세계에서 팔리는 자동 차의 1/2 이상이 포드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고객은 변덕 꾸러기다. 1920년대 말이 되면서 고객은 단지 마차의 대 체품(빠른 이동)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그것도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자동차를 원하게 됐다. 그렇지만 포드는 “고객들은 단지 더 빠른 말을 원한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은 영원한 2위로 밀려난다. 고객을 알고 있다는 오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단정해서다.
포드는 수십 년이 지나서 사례로 말했던 ‘에드셀’을 개발 할 때도 같은 실수를 했다. 뛰어난 디자인에 좋은 가격이라면 고객으로부터 환호를 받을 줄 알았지만 에드셀은 결국 ‘자동차업계의 타이타닉’으로 불리며 포드의 최대 재앙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사라졌다.
고객을 이해하려고 기업과 경영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고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부에 집중하는 조직의 성향이 다. 피터 드러커는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어쩌면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관심을 가장 덜 받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중략)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는 확신이 강해서 자신의 대의에 너무 헌신하다 보면 조직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관료주의다. 이 경우에 사람들은 ‘그것이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 ‘그것이 우리의 원 칙에 부합하는가?’라고 묻는다. 이런 태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 아니라 비전과 헌신을 망가뜨린다. (피터 드러커 외, 이한 역, 피터 드러커의 다섯 가지 경영원칙, (아시아코 치센터, 2009), p. 71.
고객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라
고객을 제대로 알려면 고객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고객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고객의 기대, 고객의 희망, 고객의 문제, 고객의 고통 등….
고객을 모델화하고 추상화한 이론은 생생한 감각을 제공하지 못한다. 고객은 살아있는 실체이고 늘 변하는 존재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고객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감정과 이성으로 배워야 한다.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면 이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평범한 결과를 산출하는 데 그 치고 있다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혹은 과거에는 고객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소리를 들어라
고객의 니즈를 알려면 고객을 만나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P&G)은 2000년대 초반 큰 위기를 겪었다. 이때 CEO로 부임해서 P&G를 부활시킨 앨런 래플리는 고객을 알기 위해서 베네수엘라에 있는 가정집 부엌을 방문하거나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을 배 회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고객을 만나 배우는데, 다른 사람이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고객으로부터 무엇을 들어야 할까?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를 듣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중요한 점은 지속적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 고객의 소리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듣고 있는가를 항상 점검하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올바른 길이다
이미 새로운 경제모델로 확산되고 있는 공유경제(Shared Economy)를 선도하는 기업이 숙박공유서비 스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이다. 현재 세계 200여개국 3400개 도시에서 하루 5만~6만명에 달하는 숙박객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초기에 고객에 대해 많은 시행 착오를 겪었다.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 스키가 자기 아파트를 유료로 숙박객에게 개방한다는 아 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 이를 이용할 사람(목표고객)이란 젊고 가난한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업을 펼치고 나니 이용자 중에는 18~25세가량의 젊은 층 보다는 55세 이상이 더 많았다. 또한 에어비앤비의 매력(고객가치)은 저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고객들은 주택과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성, 이글루, 나무 위 오두막집 등 다양한 숙박 장소가 제공하는 개성과 현지 분위기에 매혹됐고, 이탈리아의 저택이나 해변 별장처럼 숙박비가 싸지 않은 곳도 등장했다.
창업자들이 최초에 가졌던 생각은 오류였던 것이다. 이들은 고객을 만나고 경청하고, 고객과 똑같이 숙박장소를 체험하면서 고객과 고객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것을 바꿨다. 고객을 발견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에 어비앤비, 집카(ZipCar) 등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든 기업들을 눈여겨 보라. 이들은 기존 사업과 상품이 제공하지 못하는 고객의 필요를 넘어서서 고객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필요를 새로운 사업모델로 충족시키고 있는 뛰어난 기업들이다.
고객가치를 파악하는 질문을 항상 제기하라
고객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나고 경청하면서 어떤 지식을 얻을지를 사전에 준비해 둬야 한다. 다음 5가지 질문은 이를 찾기 위한 핵심 질문 이다. 이 질문을 통해 고객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욕구, 혹은 고객도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고객가치를 파악하는 핵심질문
① 고객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현재고객, 잠재고객)
② 우리는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제공해 주고 있는가?
③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까?
④ 고객과 관련하여 얻어야 하는 지식, 정보는 무엇인가?
⑤ 어떻게 이와 같은 지식/정보를 수집할 것인가?
이 질문을 통해 고객가치를 원점에서 생각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검토하고, 아직 모르고 있는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모든 구성원의 지식을 종합해서 답을 찾아라. 고객에 관한 지식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첫 번째 지식이다. 조직의 판단 기준은 항상 ‘고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지, 회사의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고객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발견을 통해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은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은 기업이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다. 그리고 진정으로 고객을 창조한 것이다.
Action Point
기업은 종종 고객을 선택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은 특정한 수요를 가진 사람이 있고, 기업은 이 수요를 실현하는 상품을 제공한다는 공급자 관점에 따른 생각이다.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본질적으로 고객은 선택하는 존재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들이고 이 가치를 실현하는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전달하는 기업이 선택되는 것이다.
고객에서 선택되기 위해, 고객을 발견하기 위해 다음 질문을 해보라.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해서 기업 활동을 점검하라.
1. 우리가 고객을 위해 해결하고 싶은 진정한 고객의 문제는 무엇인가?
2.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는 고객의 관점으로 볼 때 얼마나 중요하고 충분한가?
3. 우리 조직은 어떻게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있는가?
4. 고객으로부터 배우기 위해 우리 조직은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5. 모든 구성원들이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지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