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음 뺏을 MASGA 비책...정기선은 ‘기술’ 김동관은 ‘현지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 현지화 앞세워 관세 협상 측면 지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미국 직진출보단 기술 협력으로

2025-07-29     이세령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오른쪽)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두고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사진=각사, 편집=이세령>

[인사이트코리아 = 이세령 기자] 한·미 양국이 오는 8월 1일 한미관세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에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을 제시하며 협상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미국 조선업 부흥 목적 아래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를 제안하는 빅딜 카드다. 

즉 한국 민간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에 조선소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 한국 정부가 금융 보증 패키지를 지원하는 포괄적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를 이번 주에 진행될 한·미 관세협상에서 핵심 협상 카드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조선업은 현재 중국과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기술 경쟁력이 높다는 점에서,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미국에겐 최고의 협력 파트너다. 이에 따라 한화와 HD현대의 행보에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한화그룹>

김동관 한화 부회장, 미국 조선시장 ‘직진’…현지화 앞세워 관세 우위 노린다

우선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미국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조선사 오스탈(Austal USA)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이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김 회장이 극비리에 미국 현지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변에선 김 부회장이 관세협상 지원을 위해 조만간 한국 정부 협상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회사에도 전혀 알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출국한 것으로 안다”면서 “김 부회장이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김 부회장이 미국 내 조선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현지에서 직접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 정부 기대에도  부합한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생태계 재건이 목표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게 있어 한화그룹은 ‘현지 생산+일자리 창출’ 등을 핵심 조건을 충족시킬 최상의 파트너다.  한화가 조선기술과 방산 역량을 접목해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보할 경우, 관세 감면이나 정부 보조금 등의 우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디노 슈에스트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대표가 최근 미국 내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 부회장, 중국 의식해 '기술 협력' 중심 접근

경쟁사인 HD현대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미국 조선시장 직접 진출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HD현대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중국을 최대 수출국 중 하나로 두고 있다. LNG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주요 수주처로 중국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적극적인 조선 협력은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HD현대가 한화오션처럼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설립하거나 대규모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지난 23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본사를 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 ECO)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정 부회장과 만난 사실이 전해지면서 기술 협력 가능성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날 양측은 미국 내 컨테이너 운반선 공동 건조를 위한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디노 슈에스트 ECO 대표와 면담에서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미국 현지에서 이뤄질 양사 간 공동 건조는 한·미 조선 협력의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이나 대규모 투자와 같은 가시적인 실행 움직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실물 투자 대신 기술 자산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이어가며 마스가 전략에 기여,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려는 균형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