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보다 좋은 MASGA...일본 뛰어넘는 K-조선 경쟁력은?
한미 관세협상 D-4...정부, 조선업 협상 지렛대 삼을 듯 일본, 미국과의 관세협상서 조선업 협력 포함...협상 우위 美 현지 건조 역량 등 韓·日 조선업 경쟁력 격차 상당해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미 관세협상 시한(8월 1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우리나라 조선업 경쟁력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터 자국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양패권 견제를 위해 우리쪽에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격이라 할 수 있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있었다. 다만 미국은 최근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을 포함시키며 한국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90년대 강자 日, 미국과 관세 협상서 조선업 협력 포함시켜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까지 세계 조선 1위를 상당 기간 유지했을 만큼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중국·한국의 추격에 밀려 200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고 20여년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52%, 한국은 25%로 양국을 합치면 8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재생’을 산업 정책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약 9조4500억원을 투자해 일본의 선박 건조 능력을 두 배로 늘려 전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LNG 운반선 대신 미국이 육성하고자 하는 상선, 군함, MRO(유지·보수·정비) 등에 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일본 1위 조선업체 이마바리조선이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마바리조선은 상선이 주력이고 JMU는 군함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2일 타결된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상에는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전략적 협력이 포함됐다. 일본은 약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 중 일부를 상업용 및 방산용 선박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 LNG 운반선 건조, 무인 선박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일본의 기술과 자금이 활용된다. 해당 협력은 일본 공공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지분투자·보증 방식으로 이뤄지며 미국 정부는 이를 전략산업 육성에 우선 배분할 권한을 갖는다.
한국, 日 두렵지 않은 이유...트럼프 원픽 ‘현지 건조‘ 역량 갖춰
그럼에도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을 당근으로 내밀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고 있는 현지 건조 능력이 없는 탓이다. 반면 한국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동부 지역에서 유일하게 상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다. 또 오스탈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가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USA를 통해 발생한다. 50만㎡ 규모의 모빌 조선소는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오스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 현지에서 상선과 군함을 모두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
HD현대중공업의 미국 조선소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지난 3월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미국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조선 첨단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비롯해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 전량을 건조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은 MRO(함정 유지·보수·정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본 대비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정부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5일(현지시간)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졌다. 프로젝트에는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가 담겼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이 일본보다 조선업 경쟁력이 한 단계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선 협력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과거 조선업 세계 1위였던 국가인 데다 최근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조선업 육성을 시작한 것을 고려했을 때 향후 공격적인 미국 조선소 인수 등을 통해 한국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