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페르소나 경영’…신용카드에 예술을 담다

‘톰 삭스 크레딧 카드’ 출시…구멍 뚫린 플레이트 화제 모아 카드 플레이트의 예술 작품화 등 연이은 도전 ‘눈길’

2025-07-21     남빛하늘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현대카드·편집=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지난 20여년간 고정관념을 깨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국내 카드업계 트렌드를 이끌어 온 현대카드가 그 영역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플레이트에 구멍을 내는 파격적인 도전을 통해서다. 그 배경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철학 ‘페르소나 매니지먼트(Persona Management)’가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7일 ‘현대카드 톰 삭스 크레딧 카드(Tom Sachs Credit Card)’를 공개했다. 이 카드 플레이트는 ‘제2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톰 삭스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톰 삭스는 일상 속 재료를 재해석해 예술로 탄생시키는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7일 ‘현대카드 톰 삭스 크레딧 카드(Tom Sachs Credit Card)’를 공개했다.<현대카드>

이번에 출시된 톰 삭스 크레딧 카드는 총 4종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두랄루민과 브론즈로 만든 ‘메탈(Metal)’ 플레이트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트에 구멍이 뚫린 게 특징인데, 이는 신용카드를 손가락을 넣고 돌리는 장난감이자 끈을 매달 수 있는 액세서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현대카드의 센세이셔널한 시도에 업계 안팎의 반응도 뜨겁다. 지금까지 유명 작품을 카드 플레이트에 넣은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플레이트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구현한 시도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 역시 최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톰 삭스 크레딧 카드의 메탈 플레이트 사진을 올리며 “유럽에서 쓸 때마다 식당과 샵에서 호기심어린 반응이 나오는 K-카드(K-Card)”라며 “어느 나라 카드냐고 묻는다”며 해외 현지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톰 삭스 크레딧 카드의 메탈 플레이트 사진을 올리며 “유럽에서 쓸 때마다 식당과 샵에서 호기심어린 반응이 나오는 K-카드(K-Card)”라며 “어느 나라 카드냐고 묻는다”며 해외 현지 반응을 전했다.<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SNS>

이번 톰 삭스 크레딧 카드는 현대카드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플레이트 디자인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카드 디자인에 상품과 사용자의 정체성을 녹여내 왔다. “좋은 디자인은 페르소나를 투영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 페르소나 매니지먼트가 그 기반이다.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란 기업과 상품이 갖고 있는 페르소나를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을 비롯한 경영 전략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줄곧 브랜딩을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로 정의해 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과 만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통해 현대카드가 정의하는 신용카드란 단순히 결제의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끊임없이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학은 실제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꾸준히 반영돼 왔다. 2000년대 초 선보인 투명하게 비치는 ‘투명 카드’와 일반 카드의 절반 크기인 ‘미니 카드’가 대표적이다. 당시 현대카드는 신용카드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7년 카드 옆면까지 색을 입힌 ‘컬러코어(color core)’ 디자인 기법을 도입했고, 2011년에는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를 구현한 플레이트를 선보였다. 이런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신용카드가 지갑에 꽂혀 있을 때부터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어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로 형태의 플레이트를 만들었다. 대중이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카드 10종 중 7종(66.8%)이 세로 형태 플레이트였을 만큼 업계 표준이 됐다.

현대카드가 출시한 ‘the Black’ 티타튬(왼쪽부터), 리퀴드 메탈, 코팔 플레이트.<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카드의 디자인뿐 아니라 ‘물성’ 자체도 바꿨다. 2009년 ‘the Black’을 티타늄 플레이트로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메탈 플레이트’ 시대를 열었다. 이후 물처럼 흐르는 질감의 ‘리퀴드 메탈’, 화폐의 소재 ‘코팔’, 항공기 소재 ‘두랄루민’ 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플레이트에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메탈 플레이트를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를 프리미엄 상품에서 일반 상품까지 확대 적용했다. 고객이 10만원을 추가로 내면 신용카드를 메탈 플레이트로 소장할 수 있는 개념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혁신해 온 지난 20년간 회원들은 현대카드를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뽐내고 즐기게 됐다”며 “신용카드의 부수적 요소였던 디자인은 어느새 본질적 기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