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조선·제철업계, 직원 보호 ‘총력전‘ 나섰다

7월 상순 역대 최고 기온, 직원들 더위와 씨름 고온 기반 작업, 보호장비까지...최악 환경 대통령 경고장...조선·제철사 각종 대책 마련

2025-07-11     심민현 기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장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있다.<삼성중공업>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카톡! 카톡!“

최근 7월 상순 기준 117년 만에 가장 높은 37.1도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직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선 점심시간을 앞두고 당일 기온을 묻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일정 기온을 넘어설 경우 점심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제철소, 고온 기반 작업에 보호장비까지...직원들 “불구덩이 느낌“

11일 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 찾아온 때이른 폭염 더위는 조선·제철사 직원들에겐 공포 그 자체다. 조선소 작업은 밀폐된 선박 내부나 철판 위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통풍이 잘되지 않아 체감 온도가 40도 이상까지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철로 된 배 내부는 햇빛을 받아 복사열이 강하게 발생한다.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마치 ‘찜통’같다.

제철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제철소는 본질적으로 고온 환경에 기반한 작업장이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용광로, 전기로, 코크스 가열로 등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작업장 온도는 40도 이상이 장시간 유지된다.  

또 조선·제철소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화재나 사고를 막기 위해 방염복, 안전화, 헬멧, 마스크, 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복장은 체온을 외부로 발산하지 못하게 해 내부에 열이 축적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현장직원들에 따르면 여름에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작업에 들어가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의심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산업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각 부처는 기록적인 폭염에서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달라”며 “위험성이 있는 산업 현장의 경우 불시에 단속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때문에 조선·제철사들은 직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령에서는 작업으로 발생한 열사병을 직업성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표가 처벌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경고장...조선·제철사, 안전 강화 위해 팔 겉어 붙였다

HD현대중공업은 노진율 사장이 안전경영 강화를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 3일 HD현대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권오갑 회장은 안전 최우선 경영에 대해 강조하는 한편, 사장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미흡한 점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주문했다.  

노 사장은 지난 8일 HD현대삼호 내·외업 현장을, 9일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대조·판넬 공장 등을 방문해 폭염 대비 안전 활동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오는 16일 HD현대마린엔진, 17일 HD현대M&S, 23일 HD현대미포도 차례로 찾는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9월까지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휴게시간을 기존 대비 두 배로 늘리는 온열질환 예방 안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회사 차원에서 ‘폭염 대응 태크스포스(TF)’를 가동하고 야외 작업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작업 현장에는 제빙기와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고 살수차를 동원해 수시로 물을 뿌린다. 건강관리 알림을 스마트폰으로 개별 발송해 야외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울러 점심시간을 28.5도 이상이면 30분 연장, 32.5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한다.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 건조 구역에서 일하는 실외 근로자들을 위한 ‘냉방 버스’를 전날 긴급 투입했다. 9월까지 이 버스를 작업장 곳곳으로 순환시키며 근로자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휴식시간 보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화오션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1992년부터 28도 이상 시 30분, 31.5도 이상 시 1시간씩 점심시간을 연장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오전 10시와 오후 3시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연장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물을 꺼내고 있다.<포스코>

제철사들도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체감온도 기준을 ‘관심-주의-경고’ 3단계로 설정해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을 탄력 조정하고 있다. 전 직원에게 하루 두 차례 폭염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체감온도, 단계별 대응 지침, 지원 물품 신청 방법 등도 안내한다. 작업 전에는 작업책임자가 작업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뒤 밀착 관리 중이다. 고로 근처 등 고온이 발생하는 현장에는 ‘이글루’라는 간이 냉방실을 설치해 교대로 쉴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했다.

현대제철은 지붕 및 밀폐공간 등 고위험 작업을 제한하고 있으며 체온·혈압·음주 측정 등을 포함한 일일건강확인제도와 밀폐공간 전수 점검(6~8월)을 통해 작업자 건강을 사전 관리하고 있다. 냉장고, 모니터, 혈압계,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장비를 갖춘 이동형 '안전쉼터버스'도 운영 중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업은 중량물과 고온·고압의 물질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산업”이라며 “특히 여름철 임직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리더들이 직접 현장을 살피고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