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 치고 나갈 때 롯데 맥스 뒷걸음질 쳤다

롯데쇼핑, 2012년 빅마켓 출범 이후 맥스로 리브랜딩 후발주자 한계와 전략부재로 수년째 부진 이어져

2025-07-10     김호진 기자
롯데마트맥스 상무점.<롯데마트>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창고형 할인점이 대용량·저가 상품을 찾는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외국계 기업 코스트코는 물론, K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앞세워 이마트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롯데마트맥스는 후발주자 한계와 전략 부재로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용량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창고형 할인점은 코로나19 이후 가성비와 대량 구매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성공 비결은 통합 매입 체계 구축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대용량과 가성비 소비 트렌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트레이더스는 2010년 신세계그룹이 첫선을 보인 브랜드다. 이마트는 당시 대형마트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한국형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스트코라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었기에 시장 안착까지는 난관이 예상됐다. 이마트가 꺼내든 카드는 비회원제 운영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이었다. 이마트 트레이드서는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23개 매장을 운영하며 전국 단위 영향력을 확보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9667억원, 영업이익은 9.9% 늘어난 423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수도 꾸준히 증가해 전년 대비 3% 이상 늘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이 오픈 이후 이틀간 일 최대 매출을 연이어 경신했다. 사진은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 대기줄.<이마트>

트레이더스 실적 호조는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기존 이마트, 트레이더스, G마켓, SSG닷컴 등 업태별로 나뉘어 있던 매입 방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가를 절감한 결과 수익성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회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진입 장벽을 낮췄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과 차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외식·체험 공간을 결합해 가족 단위 집객력을 높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대형마트 한계를 창고형 모델로 극복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해 지금의 충성 고객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마트 맥스, 후발주자 한계

창고형 할인매장 유행에도 웃지 못한 기업이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 맥스다. 롯데쇼핑은 2012년 빅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창고형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22년 브랜드명을 맥스로 변경했다. 

롯데쇼핑은 빅마켓 출범 당시만 해도 ‘국내 첫 유료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을 마케팅 전면에 내걸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트레이더스 역시 창고형 할인매장이었지만, 회원제가 아닌 모든 소비자에게 개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빅마켓 수년이 흐른 후 오히려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실적 부진으로 폐점 사례가 속출했고 급기야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 철수설도 고개를 들었다.

롯데쇼핑이 다시 재도약을 선언한 시점은 2020년 들어서다. 같은해 유료회원제를 폐지했고 2021년엔 20개 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2년에는 브랜드 이름을 맥스로 변경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롯데마트 맥스 점포 수는 6개점에 그치고 있다. 16개 매장을 보유한 코스트코는 물론, 전국 23개 매장을 운영하는 트레이더스와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측면에서 열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롯데쇼핑의 맥스 확장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지적이다. 기존 롯데마트 매장을 리뉴얼해 경쟁 창고형 할인매장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떨어졌다. 상품 경쟁력도 롯데마트 상품의 대용량화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처럼 제한된 점포망과 전략 부재는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층 확보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물론 롯데마트맥스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차별화를 위해 단독상품 확대, 축산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펴기도 했다.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상품 구성과 매장 운영 방식 등 근본적인 사업 모델 변화도 논의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롯데마트맥스가 후발주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와 뚜렷한 차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