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PC家 막내 아들 김동선·허희수, '맛 경영' 푹 빠지다

신사업·해외사업 주도…계열사 청사진 그려 파이브가이즈·쉐이크쉑 美버거 도입 성과 핵심 브랜드 젊은층 타깃해 리브랜딩 주도

2025-07-08     김경애 기자
김동선 한화그룹 부사장(왼쪽)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인사이트코리아 = 김경애 기자] 한화그룹 김동선(36) 부사장과 SPC그룹 허희수(46)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부사장은 김승연(73) 한화 회장의 삼남, 허 부사장은 허영인(76) SPC 회장의 차남이다.

이들은 막내라는 공통점 외에도 식음료(F&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식(味食) 경영’의 선봉에 섰다.

통상 재계에서 막내 자제는 경영 승계와 일정 거리를 두거나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두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과 신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과 허 부사장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그룹 세대교체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김 부사장은 비교적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승마를 시작해 중학교 때부터 선수로 활동했다. 그룹 산하 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위를 선양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유명 사립기숙학교인 태프트 스쿨과 다트머스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25세 나이에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임명돼 경영진에 합류했다.

8일 기준 지주사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시에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한 8개 계열사에서 미래비전총괄을 겸직하고 있다.

김 부사장 경영 성과로 대표되는 분야는 푸드테크다.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의 합성어로 식품 사업 전반에 첨단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혁신을 추구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그는 미국 3대 버거인 파이브가이즈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국내 론칭,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와 국내 프리미엄 건강음료 제조사 퓨어플러스 인수 등 대형 M&A와 브랜드 도입을 주도했다. 여기에 아워홈 인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부사장 주도로 올해 5월 아워홈 지분 58.62%(8695억원) 인수를 완료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리브랜딩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젊은 층을 겨냥한 웰니스·치유 중심의 경험 소비에 집중하면서 AI·모빌리티 융합 스마트 호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명품관 강화와 고급화에 중점을 두고 갤러리아 백화점 리뉴얼도 주도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직함인 미래비전총괄은 단순히 신사업을 검토하는 수준이 아닌 각 계열사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이라며 “직책을 맡은 각 계열사 사업 추진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부사장은 김 부사장과 달리 임원으로 시작했다. 호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07년 28세 나이에 SPC그룹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신사업 개발과 브랜드 전략, 조직 운영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 감각을 쌓았다. 현재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에서 주요 임원직을 맡고 있다. 

SPC그룹이 종합식품기업인 만큼 기존 식품·외식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2016년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쉐이크쉑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것이 대표 성과다. 전국 32개 매장으로 확대했을뿐 아니라 해외 사업권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핵심 상권에서도 개점해 글로벌 입지를 넓혔다. 미국 유명 컵케이크 전문점인 스프링클스 도입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삼립 대표 간식 브랜드인 ‘삼립호빵’과 라그릴리아 브랜드 재정비 작업도 주도했다. 특히 삼립호빵의 경우 브랜드 디자인 변경, 이색 신제품과 굿즈 출시,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소비자층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외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 확장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 사업 강화, 푸드테크와 배달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스타트업 분야 투자 등이 있다.

한편 김 부사장과 허 부사장은 승계된 지분 규모를 감안하면 그룹 내에서도 경영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부사장은 올해 3월 말 아버지 김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화 지분 3.23%에 해당하는 약 242만5420주를 증여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보유 지분 22.65% 중 절반가량인 11.32%를 세 아들에게 나눠줬다. 장남 김동관(41) 부회장이 4.86%, 차남 김동원(39) 사장이 3.23% 이상의 지분을 각각 받았다.

2021년엔 김 회장으로부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지분을 증여 받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4년 한화타임월드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한화갤러리아에 편입된 주요 계열사다. 당시 김 회장은 보유 지분 36.29% 중 절반가량인 19.3%를 김 부사장에게 넘기며 승계 의지를 명확히 했다.

허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파리크라상 지분을 아버지 허 회장으로부터 꾸준히 증여받아 지난해 말 기준 12.8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장남 허진수(48) 사장의 지분율은 20.33%다. 그룹 유일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은 11.92%(장남 지분율 16.27%)다. 비알코리아 지분은 허 회장 외 3인이 66.6%를 갖고 있는데 장남과 차남 지분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SPC그룹 지분 승계는 안정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허 사장과 허 부사장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사실상 형제 공동경영 체제가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형제가 각자 방식으로 사업을 끌고 가면서 주요 의사결정에서 협력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경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