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업체의 백기투항?’…대형마트 PB, 독점 유통 구조 깨졌다

이마트·롯데마트, PB 브랜드 이커머스로 판로 확대

2025-07-08     김호진 기자
고객들이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킨텍스점(왼쪽)과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각사>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오프라인 유통 한계와 온라인 시장 급성장 속에서 독점 유통 판이 깨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자존심을 벗어 던지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외부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전략을 펴면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자사 PB 브랜드 ‘오늘좋은’을 쿠팡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롯데마트 오늘좋은 제품을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유통에 나섰다. 쿠팡의 유로 멤버십인 와우회원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롯데마트 PB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대표 상품으로 이날 기준 ▲오늘좋은 카라멜맛 팝콘 기획 ▲오늘좋은 제트콘 ▲오늘좋은 페투치네 ▲오늘좋은 아샷추 복숭아 제로 ▲오늘좋은 갈릭디핑마요 등 식품이 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각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이 매입해 그쪽에서 판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상 관여할 수 없다“며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PB 브랜드 ‘피코크’를 컬리, 네이버 등에 입점시켰다. 컬리에 입점한 피코크 제품은 찌개, 탕류 등 일부 품목으로 신세계푸드가 생산하고 있다. 가격은 이마트몰과 동일하며 컬리의 샛별배송 서비스를 통해 판매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우수한 PB 상품을 외부에 판매하면 홍보 효과도 있고 매출 볼륨이 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더 많은 고객이 우리 PB 상품을 경험하고 이마트나 SSG닷컴으로 유입돼 더 많은 PB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매장에서만은 옛말”…독점 판매 관행 깨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PB상품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미끼 상품’으로, 자사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가 급격히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과 매출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마트 구매 건수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유통업체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이미 54.4%로 오프라인을 앞질렀다. 

우리 채널에서만 판매는 독점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진 이유다. 이런 추세는 해외 유통업계에서는 익숙한 상황이다. 미국의 월마트·코스트코, 유럽의 테스코·까르푸 등은 PB 제품을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PB 제품은 외부 이커머스 입점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PB상품의 온라인 판매 확대가 제조사, 협력사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대형마트들이 자체 온라인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쿠팡, 컬리 등 외부 이커머스 플랫폼에 PB 상품을 입점시키는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입점 판매라는 게 고정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외부 채널을 통해) 상당한 수요를 확보했다면 자체 매장으로 다시 돌릴 수도 있고 오히려 역으로 쿠팡 전용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 시스템 붕괴를 우려했다. 이 교수는 “(극단적인 예로)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매장으로 유도하는 미끼 역할을 하는데, 그걸 쿠팡에서 판다고 하면 (롯데마트 매장에) 갈 일이 없다”며 “더 걱정은 오픈 매장도 아니고 로켓배송으로 판매한다고 하면 잘못하면 (오프라인 업체가 이커머스에) 종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