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새 수장 권혁웅·이경근…수익성·건전성 ‘두 토끼 잡아야’
8월 임시 주총서 각자대표로 선임 예정 전략통 권혁웅 대표 및 영업통 이경근 대표 케미 기대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 ‘건전성 관리’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한화생명이 권혁웅·이경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지난 2019년 3월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여승주 부회장이 한화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두 각자대표 앞에는 수익성 개선과 건전성 관리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20일 여 부회장을 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했다. 여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미래비전 수립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공석이 된 한화생명 대표에는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장이 나란히 각자대표로 내정됐다. 한화생명은 오는 8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 각자대표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업무 분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이력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권 각자대표는 ‘전문 경영인’이자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1985년 경인에너지(현 한화에너지) 입사 후 40년 동안 한화에너지, 한화토털에너지스, 한화오션에서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특히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작업을 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각자대표는 ‘정통 보험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1991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에 입사한 뒤 기획실장, 보험부문장을 거쳐 2022년 11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맡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고, 회사를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 1위로 자리매김시켰다.
정리하면 권 각자대표는 ‘전략통’, 이 각자대표는 ‘영업통’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권 각자대표가 한화생명의 경영 및 전략 부문을, 이 각자대표가 보험영업·상품개발 부문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권 각자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한화생명의 사업 다각화와 지속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이 각자대표는 영업현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수익성·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아라
다만 두 각자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현재 한화생명이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두 각자대표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순이익 1220억원을 내며, 업계 4위 신한라이프(1652억원)에 밀렸다. 연결기준 순이익은 19.4% 급감한 2957억원으로, 빅3 생명보험사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7.2% 증가한 6353억원, 교보생명은 10.8% 감소한 2854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전성 지표도 한화생명은 생보사 평균(172.2%)보다 낮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지난해 말 대비 9.7%포인트(p) 떨어진 154.1%를 기록했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현행 보험업법상 기준은 100% 이상이지만, 금융당국은 13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기존 권고치는 150% 이상이었으나 최근 규제 완화로 하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한화생명은 한시름 덜긴 했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최근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보험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CGO)을 중심으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권 각자대표는 여 부회장의 뒤를 이어 김 사장의 ‘경영 멘토’로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각자대표 체제는 각 대표이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경영을 맡을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한화생명이 각자대표 체제에서 경영과 영업을 균형 있게 이끌어 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