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9조원 잭팟...K-방산, 이재명 정부서 ‘퀀텀 점프’ 나선다
이재명 정부 첫 대형 방산 수출, 현지 생산 시스템도 구축 방산 컨트롤타워 신설 예고, 정부 차원 수출 서포트 본격화 현대로템 등 방산 4사, 줄줄이 수출 대기...29조원 기록 전망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현대로템이 폴란드와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약 9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2022년 1차 계약 이후 2년 만의 후속 계약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대형 방산 수출 사례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기술이전·유지보수(MRO)까지 포함된 전략적 패키지 수출 구조로 체결돼 향후 K-방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로템, 폴란드에 8조8000억원 K2 전차 수출...현지 생산도 가능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이 폴란드 국방부와 체결한 K2 전차 180대 공급 본 계약이다. 총액은 약 65억 달러(한화 약 8조8000억 원)에 달한다. 1차 수출과 달리 이번에는 117대는 한국에서 생산,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PGZ(국영 방산 지주회사)와의 협력을 통한 현지 조립 방식으로 납품된다.
계약에는 단순한 장비 인도 외에도 기술이전, 운용교육, 정비체계 구축, 예비부품 공급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현대로템은 폴란드 측과 전차 최종조립·도장·시험설비를 포함한 생산기반 구축까지 포괄하는 장기 협력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이는 기존 K-방산이 보여주지 못했던 전략적 동맹형 수출 구조의 정착을 뜻한다.
유럽연합(EU)이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유럽에서 생산한 무기를 우선 구매할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현대로템의 K2 전차 폴란드 현지 생산체계는 EU 차단막을 우회하는 절묘한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4년간 8000억유로(약 1241조원)를 무기 구매에 투자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지난달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을 결정했다. 향후 현지 생산을 확대할 경우 수주 기회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 방산 컨트롤타워 신설 예고...수출 환경 더욱 좋아졌다
이번 계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체결된 대형 방산 수출 사례로 정부의 방산정책 기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방위산업을 단순한 국방 보조 수단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취임 이후에는 이를 정책화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국방부, 방위사업청, 외교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방산 수출 지원 체계, 이른바 ‘방산 컨트롤타워’ 신설을 예고하며 수출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KF-21 수출 협의, K9 자주포 유럽 확장, 중동 국가 대상 정밀유도무기 수출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번 K2 전차 수출은 방산 친화적인 정책적 흐름이 실제 결과로 나타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임 정부와 비교했을 때 방산업계에 대한 지원의 양과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조성한 우호적인 수출 환경 속에서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경쟁사들도 양적 경쟁보다 ‘질적 차별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 수출이 목표치인 200억 달러(한화 약 29조원)를 넘겨 최대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독일 동부 지역에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부지 검토에 나섰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에 나서는 것처럼 독일을 전초 기지로 삼아 유럽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독일 공장에서는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첨단 무기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독일 방산 기업과 협업 체계 구축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7월 K9 자주포 등 수출을 성사시킨 루마니아에는 K9 자주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LIG넥스원 역시 지난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천궁-II 미사일 체계 수출 계약을 체결한 좋은 분위기를 올해도 이어갈 전망이다. 해외 수출을 본격화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유도로켓 ‘비궁’이 미국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시험 평가를 통과하며 미국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고 말레이시아에는 함대공 미사일 ‘해궁’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국내 첫 국산 헬기 ‘수리온’ 수출 물꼬를 튼 KAI는 올해 추가 수주고를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방산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전 정부 못지않다”며 “향후 정부 차원의 외교·금융 지원이 계속 이어질 경우 현대로템의 K2 전차처럼 경쟁력을 입증한 무기체계의 해외 수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