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엽의 경영인사이트] 기계와 오케스트라: 기능하는 조직 만들기

개인의 책임과 집단의 조화 살려야

2025-07-01     인사이트코리아

디지털 전환, AI, 글로벌 경쟁, 산업경계 붕괴, 개방 속의 보호주의…. 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이 속에서 경영은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지지만, 경영이 수행하는 과업은 동일하다. 그것은 기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는 최고경영자(CEO)다. CEO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어떻게 더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 곧 RIGHT THING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올바른 과업을 찾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항로를 찾는 것이다. 이번에 연재를 시작하는 ‘경영인사이트:CEO의 관점’은 CEO에게 올바른 관점을 제시한다.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배우의 성공방정식을 아는가. 무대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올바른 연기(행동)를 하는 것이다. 무대는 세계이고 연기는 CEO가 수행하는 과업이다. 언제나 CEO로 연기하라.

“경영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경영의 과제는 사람들이 협력을 통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가진 강점이 효과를 산출하도록 하는 것이자, 사람들이 가진 약점을 무관하게 하는 것이다.”

“경영자를 설명하는 하나의 비유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이다. 지휘자의 노력, 비전, 리더십을 통해 개별 악기의 소음 같던 연주가 하나의 살아 있는 음악으로 조화를 이룬다.” <피터 드러커>

조직은 인간의 창조물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언제나 조직의 성과를 말한다. 기대에 미흡한 성과에 따른 좌절감을 말하기도 하고, 높은 성과에 흥분하기도 한다. 현재 성과를 평가하면서 미래 성과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말한다.

조직의 성과는 경영자들에게는 최종 목표이자 자신의 성과, 곧 경영 성과를 말해 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그런데 이 조직 성과라는 문제에서 종종 잊혀지는 사실은 조직의 성과는 곧 조직으로서의 성과라는 것이다.

조직이 얻는 모든 결과는 몇몇 뛰어난 경영자나 특별한 기술, 혹은 풍부한 어떤 자원때문이 아니라 조직으로 일하는 역량, 곧 조직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결과다. 곧 개별 요소(사람, 지식, 기술, 자원)를 통합해서 각각이 달성할 수 있는 결과 이상으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조직의 성과는 곧 조직역량이다. 조직역량은 목적에 맞게 의도적이며 체계적으로 노동, 지식, 자원을 획득하고 결합해 활용하는 역량이다. 조직역량을 높이면 조직의 성과가 향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 그것은 조직을 기계처럼 만드는 것이다.

각 부분이 제 몫을 다하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조직의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기계말이다.

어떤 경영이론가들은 기계라는 말로 ‘일사불란하게 지시와 명령을 수행하는 체계 속에 인간성을 훼손하는 비인간적인 조직’을 비판했지만 이는 틀린 비유다.

기계는 매우 이상적인 조직 형태다. 목적이 분명하며 조직을 구성하는 각 부분이 기능을 기초(역할과 책임)로 구성되고 작동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본질은 조직 외부, 즉 사회에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으로서 언제나 제대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 유기적인 협력을 하는 것, 정해진 상품을 제대로 생산하는 것. 이것이 이상적인 조직의 상이다.

그런데 모든 조직은 인간이 모인 실체로 자동적으로 기계가 되지 않는다. 실제 조직 현실을 보자. 혼란, 마찰, 고장, 오류로 가득차 있지 않은가? 이는 의도적으로 체계를 갖춰 조직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것도 항상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처럼 완벽하게 기능하는 조직은 이상이고, 혼란과 마찰, 고장과 오류로 가득 찬 조직은 현실이다. 이로 미뤄 보면 조직은 인간의 창작품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조직, 곧 기능하는 조직을 만들어 가는 과제를 생각해 보자.

기능하는 조직

기능하는 조직을 만드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구성원 각각이 제 몫을 해야 하며, 그것도 공동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각각의 기여가 서로를 지원하는 협력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체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몫을 다하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포지션이 다른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한 핵심 장치는 ‘책임지는 사람’으로 일하는 의식과 행동습관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이다. 즉 공동의 이익에 대한 기여라는 책임을 수용하고, 올바르게 일하는 행동규율을 만들고, 이를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이에 따라 일하는 공동 책임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임은 모든 경영자와 근로자를 포함한다.

1. 책임은 ‘역할’을 넘어서는 ‘기여’다

“나는 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인가, 아니면 경기를 함께 만드는 사람인가?”

● 각자가 맡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경기는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한다.

● 직무명세서에 기술된 역할을 넘어서, 팀 전체에 기여하는 관점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수용한다.

● 규율: “내 일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2. 기대는 명확하고, 기준은 공정하다

“불분명한 목표 아래에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 책임은 명확한 기대와 기준이 있을 때만 수용될 수 있다.

●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기대되는지 분명히 정의되어야 하며, 그것을 측정하고 피드백하는 시스템은 공정해야 한다.

● 규율: “기준 없는 기대는 무책임이다.”

3. 성과는 공유되고, 실패는 학습된다

“성과를 나누는 팀만이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

● 성과에 대한 공동의 자부심이 있어야 팀워크가 형성되고 강화된다.

● 실패는 낙오의 이유가 아니라 개선의 자산으로 전환돼야 한다.

● 규율: “잘한 건 같이 축하하고, 못한 건 같이 배우자.”

4. ‘말’보다 ‘실천’이 인정받는다

“책임은 약속이 아니라 실행이다.”

● 조직 내에는 행동 중심의 평가 문화가 있다.

● 말만 번지르르하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문화는 곧바로 책임감을 훼손한다.

● 규율: “말은 짧게, 실행은 깊게.”

5. 모두는 서로를 지켜보는 거울이다

“책임은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시하고 기대하는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

● 팀은 서로의 행동을 보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 비난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책임을 상기시키는 ‘연대적 감시’가 필요하다.

● 규율: “책임은 관계 속에서만 지속된다.”

이 규율은 조직 안에서 ‘책임’을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닌 ‘태도와 문화’로 전환시키기 위한 행동 원칙이다. 이런 규율을 명확하게 노동과 조직 운영의 기초로 삼는 조직으로 오케스트라가 있다. 기능하는 조직의 좋은 모범이다. 특히 현대 기업이 지식근로자가 일하는 지식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케스트라는 이상적인 조직의 가능성을 높게 품고 있다.

오케스트라 조직

오케스트라 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1.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다양한 악기, 하나의 음악.”

● 바이올린, 호른, 타악기 등 모든 파트는 다른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 이처럼 분화된 전문성과 공동의 목적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자기 몫을 다하는 구조적 책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2. 지휘자는 리더지만, 연주는 함께 만든다

“권위는 통제보다 조율이다.”

● 지휘자는 명령자가 아니라 조율자다. 그는 각 파트를 듣고, 연결하며, 통합한다.

●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책임을 위임하면서도 전체를 하나로 엮는 리더십.

3. 성과는 명확하게 공유된다

“결과는 각자의 소리가 아닌, 하나의 소리로 평가된다.”

● 누가 잘했고 누가 실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전체 연주의 완성도는 모두가 감지한다.

● 책임은 개별적으로 나뉘지만, 성과는 공동으로 경험된다.

● “성과는 공유되고 실패는 학습된다”는 원칙과도 부합한다.

4. 개인의 이익은 전체의 완성 속에 있다

“혼자의 연주가 아니라, 전체 속에서 빛나는 연주자.”

●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단지 자기 실력을 뽐내려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음악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할 때 최고의 성취감을 느낀다.

● ‘나의 이익이 곧 공동의 이익’이라는 이익연합적 감각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5. 기술을 넘어 태도를 훈련한다

“실력은 기술로, 책임은 자세로.”

● 단지 악보를 읽는 능력만이 아니라 타인의 호흡을 듣고 기다리는 태도, 실시간 협력, 몰입된 집중력이 요구된다.

● 단지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훈련한다.

오케스트라는 ‘다름의 조화’를 통해 이익연합의 가장 우아한 형태를 보여준다.

개인의 전문성과 공동의 목표가 맞닿는 지점에서, 책임은 강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 안에서는 ‘나’의 목표 실현과 ‘우리’의 목표 실현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증폭시킨다.

당신이 이끄는 조직에는 어떤 악기들이 모여 있는가? 악기들은 조화롭게 어울리는가? 어떤 지휘자가 있고 어떻게 지휘하고 있는가? 조직은 모두를 감동시키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가?

훌륭한 오케스트라 만들기

강조하지만 조직을 만들고 조직의 특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의 행동이고, 행동의 방식을 이끄는 것은 책임감과 규율이다. 이를 기준으로 ‘탁월한 오케스트라’를 이상적 조직모델로 이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검토해 보자.

1. 공동의 악보(목표)를 정확히 공유한다

“모두가 같은 음악을 보고 있어야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먼저 공동의 악보를 공유한다. 조직으로 말하면 명확한 목표와 기대의 일치를 말한다. 조직 전체의 목표와 여기에 연결된 개인의 목표가 명확하다.

●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서로 다른 곡을 연주하고 있다면 조화는 없다.

2. 개인의 역량을 ‘전체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단련한다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어울리는 연주를 한다.”

● 실력 있는 연주자는 많지만 함께 어우러질 줄 아는 연주자는 훈련이 필요하다.

● 자기중심적 실행에서 벗어나 팀 중심의 책임감을 갖도록 교육된 역량을 말한다.

3. 지휘자는 통제하지 않고 조율한다

“통합은 명령이 아니라 감각이다.”

● 훌륭한 지휘자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를 듣고 섬세하게 조율하는 리더다.

● 리더는 개별 기능과 팀의 차이를 조화시키고, 갈등을 성과로 전환하는 관계의 감각이 필요하다.

4. 상호 청취와 리듬 감각을 훈련한다

“듣는 자만이 어울릴 수 있다.”

● 오케스트라는 청취의 공동체다. 자신의 연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소리를 듣고 간격을 맞추는 능력이 핵심이다.

● 이것은 조직 내 상호 신뢰, 수평적 소통, 공감 능력과 연결된다.

● 전체 목표와 함께 각자 기여하는 책임과 과업을 충분하게 이해한다.

5. 연습은 개별이 아니라 전체로 이루어진다

“완성은 개별 연습이 아니라, 함께 맞춰보는 시간에 나온다.”

●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개인 연습 → 전체 리허설 → 반복된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 각자의 전문성을 전체 안에서 맞추는 협업 루틴이 있다. 각자의 과업을 서로에게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율한다.

● 리더나 소수 경영자의 지휘가 아니라 책임을 가진 지식근로자들의 협력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정리하면,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기술과 전문성의 집합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과 집단의 조화’가 살아 있는 유기체다.

그것은 명확한 목표, 관계적 리더십, 섬세한 조율, 공동의 리듬, 반복된 조화 훈련이라는 다섯 가지 규율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당신의 조직을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본다면 조직의 실제는 어떤 것일까? 조직이 발산하는 음악은 명작을 만들고 있는가? 각각의 악기들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으며 얼마나 유기적으로 하나의 음악으로 조화로운 리듬과 음률을 만들고 있는가? 무엇보다 사람들은 기능하는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 조직에 대한 개인의 분명한 책임감을 수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경영자로서 당신은 기능하는 조직을 만들려는 분명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Action Point

경영자는 조직 전체의 성과에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늘 지휘대에 서 있다. 지휘자로서 조직의 성과를 검토해 보라. 고객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제공하고 있는가? 먼저 소리를 정직하게 평가해 보라.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고 어떻게 조직의 연주를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라.

1. 현재 조직의 성과는 최선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을까?

2.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춰 최대의 공헌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가?

3. 우리 조직에서는 개인의 기여를 뛰어 넘는 조직 성과가 창출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