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매출 자랑말라”…넥슨, 네오플 노조 파업에 핵심 IP 던파 ‘흔들’
25일부터 전면 파업…성과급 논란 문제 터져 네오플, 넥슨 핵심 IP 던전앤파이터 총괄…사업계획 차질 우려
[인사이트코리아 = 신광렬 기자] 신작이 잇따라 성공하며 순항하던 넥슨이 암초를 만났다. 넥슨 핵심 자회사 네오플의 노사간 갈등이 격화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네오플 노조는 지난 25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7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한 이후 제주와 서울 등에서 시간차를 두며 지역 조직별로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작 출시 성과에 따라 지급해왔던 성과급(GI) 임의 축소가 파업 발단이 됐다. 조정우 네오플 노조 분회장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이라는 네오플 창사 이래 역대 최고 매출액에도 회사는 던파의 중국 출시에 따른 신규개발 성과급(GI) 등 직원 보상을 약 800억원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모바일)’이 중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호실적을 거뒀다. 네오플은 던파모바일이 2022년 3월 국내 출시 이후 2년간 프로젝트 이익의 30%를 GI로 지급해 왔다. 여기에 네오플은 던파 모바일 중국 출시를 앞두고 구성원들에게 중국 시장 GI 추가 지급을 공지했다. 이는 프로젝트 순이익의 20%였다.
그러나 노조 측은 추가 지급률 20%가 구성원들과의 합의 없이 멋대로 정해진 것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이에 대한 교섭이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6월 10일부터 야근 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섰고 25일부터는 전격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네오플 총 영업이익 9824억원 가운데 4%(약 393억원)을 이익분배금(PS)으로 직원들에게 나누라는 것이 노조 측 요구다.
사태가 커지자 넥슨 측도 반박에 나섰다. 넥슨은 24일 낸 입장문에서 “네오플에서 올해 경영진을 제외한 전체 구성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지난해 네오플 총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해외 출시 지연을 고려한 GI 추가 지급은 넥슨 컴퍼니 내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유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으로 성과급과 급여를 지급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GI 지급까지 이뤄졌으므로 보상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네오플, 넥슨 핵심 IP 던전앤파이터 총괄…파업 길어질수록 치명타
파업이 장기화되면 넥슨 입장에서는 문제가 커진다. 네오플이 넥슨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넥슨 전체 영업이익 중 네오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다.
네오플은 현재 넥슨의 기둥 IP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와 던파모바일은 물론, 올해 출시해 인기를 끈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네오플에서 만들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IP는 넥슨 중국 매출을 견인하는 일등공신이다.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지하성과 용사’는 중국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다. 던파모바일이 출시 약 4개월 만에 거둔 누적 매출 10억달러 중 82%가 중국에서 나왔다.
지난 1분기 넥슨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33%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은 자칫 넥슨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진행될 게임 라인업 확대와 업데이트 일정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오버킬’을 준비 중이다. 던전앤파이터 시리즈와 카잔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게임 업데이트나 신작 개발이 밀리면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진다”며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이같은 문제가 계속 터지면 IP 자체 인식도 나빠져 향후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분위기다. 네오플 노사관계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었다. 넥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성과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네오플 노조는 연봉과 인센티브가 본사 대비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당시 극적인 조정 끝에 잠정합의에 성공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미봉책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오플 노사갈등은 오랜 넥슨의 고질병이었다”며 “네오플 직원 입장에서는 제주도라는 불리한 근무환경부터 시작해 본사와의 차별대우 등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임금인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네오플 직원들이 가진 근본적인 불만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조개선을 해 나가야 다시 이런 사태가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