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트럼프 막후 실세그룹 아시아 총책 맡는다
후원단체 ‘록브리지 네트워크’ 아시아 총괄회장 제안 받아 민간 외교 채널로 부상한 정용진, 한미 경제협력 새 모델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후원단체 ‘록브리지 네트워크’ 아시아 총괄회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앞으로 한·미 경제외교 핵심 연결고리이자, 미국 권력의 상징인 록브리지 아시아 비즈니스 총책임자로서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조만간 신설될 예정인 록브리지 아시아 총괄 회장직을 제안받았다.
록브리지 네트워크는 2019년 제임스 데이비드(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버스커크가 공동 창립한 정치 후원 단체다. 이 단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막후 실세‘로 불리며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후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활동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 암호화폐 및 AI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삭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 거물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록브리지는 한국을 축으로 대만과 일본에 지부를 설립해 아시아 쪽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이들 우방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록브리지는 아시아 총괄 본부를 한국에 두고 대만과 일본에 지부를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과 일본 지부장으로는 각각 리차드 차이 푸본그룹 회장과 타다시 마에다 일본국제협력은행 회장이 임명됐다.
정 회장이 록브리지 아시아 총괄 회장직을 맡을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록브리지 글로벌 확장 책임자가 될 전망이다.
왜 정용진 회장이었나
정 회장이 이 같은 중책을 맡게 된 배경에는 트럼프 주니어와의 오랜 친분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그룹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2010년 국내 모 언론사가 서울에서 주최한 행사에 강연자로 방한했다. 이때 정 회장을 처음 만났다.
이후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0년 한 미국 유력 인사가 뉴욕에서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 독대를 주선했다. 그 자리에서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을 계기로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총 세 차례 방한했는데 모두 정 회장을 만난 것만 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돈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회장이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일정은 카타르 국왕 초청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 초대된 아시아 기업인은 정 회장이 유일했다.
카타르 국왕은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관계인 정 회장이 대미 관계에서 영향력 있는 채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에게 정 회장을 ‘아들의 친구‘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회장, 비공식 채널로 한·미 협력 가교될 것“
정 회장의 록브리지 아시아 총괄회장 선임은 신세계그룹이 단순 유통기업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와 외교력을 갖춘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미 경제협력과 아시아 시장 확장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와 같은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고수해오고 있고 우리 정부가 직접적인 정책 협상을 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정 회장이 민간 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비공식 채널‘을 마련해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불이익을 줄이고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 회장과 트럼프 일가 간 유대는 단순한 인맥을 넘어 실질적인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행보는 정 회장의 글로벌 위상 강화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해외 진출 전략, 미국 내 브랜드 확장, 물류·유통 파트너십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정 회장이 트럼프 일가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했던 (관계 구축과 신뢰 형성, 사업 등) 투자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신세계의 미국 진출 확대는 한국 제품도 같이 잘 팔리는 ‘편승 효과‘나 ‘노출 효과‘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