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 핵심으로 떠오른 ‘드론‘…한화에어로·LIG넥스원도 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 등에서 게임체인저 급부상 K방산 주도 국내 업체들 개발 본격화

2025-06-25     심민현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지난해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 본사를 방문해 린든 블루 GA-ASI 부회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러시아 심장부를 타격한 것은 전투기가 아닌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간 소형 일인칭 시점 드론(FPV)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지난 1일 ‘스파이더웹 작전(Operation Spiderweb)‘을 감행해 러시아 전략폭격기 기지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117기의 드론이 침투해 최소 10여 대의 폭격기를 무력화했다. 무인기 한 대당 제작비는 1만 달러(약 1363만원) 이하로 알려졌지만 효과는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 못지않았다.

드론은 지난 13일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충돌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란은 1000기에 달하는 드론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다. 이스라엘 반격은 훨씬 정밀했다. 이스라엘은 모사드를 통해 이란 내부에 드론 기지를 설치하고 고정밀 쿼드콥터 드론으로 이란 내 미사일 기지와 핵 관련 시설을 타격했다.

이처럼 드론은 현대 전장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과 이스라엘-이란 간 중동 전장에서 드론은 정찰과 공격을 넘어 전장 전체를 재구성하는 무기로 떠올랐다. 대공방어망을 피하고 전자전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전투기 역할까지 일부 대체하고 있다. 드론이 ‘저비용 고효율’의 상징에서 ‘전략적 주도권의 열쇠’로 변모했다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잔고 80조원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맞은 국내 방산업계가 드론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 중국이 전 세계 드론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끼어들 틈을 찾기 어려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드론 사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가속화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 등에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 美 제너럴 아토믹스와 손잡고 군용 드론 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미국 드론 제조업체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군용 중고도 장기체공(MALE) 드론 개발에 착수했다는 내용이었다. 양사는 ‘그레이 이글 STOL’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초도 비행을 목표로 엔진·항전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이를 위해 3000억원 이상을 투입, 국내외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드론 자율비행·전자전 기술을 보유한 쉴드AI, 감시용 센서·안티드론 레이더 전문기업 포르템 테크놀로지스 등 미국 내 유망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며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별도로 소형 자폭 드론, 군집비행이 가능한 FPV 드론, 감시·정찰용 옥토콥터 무인기 등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 주도 하에 ‘드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 중이다. TF 운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며 한화시스템, 한화첨단소재 등 그룹 내 계열사가 참여한다. TF 총괄은 공군 소장 출신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이 맡았다. 류 부사장은 과거 한미연합사령부 정보참모부장을 지냈고 한화 방산부문 사업본부장직을 거쳤다.

LIG넥스원 수송 드론.<LIG넥스원>

LIG넥스원, 드론 대응 체계 구축 총력전

LIG넥스원은 드론 대응 체계(C-UAS)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형무인기 대응체계(Block-I) 개발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AI 기반 탐지·추적 기술과 전자파 재밍(soft-kill) 장비를 활용해 저고도 소형 드론을 비활성화시키는 방어망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린 ‘DSK 2025(드론쇼코리아)’ 전시회에 참가해 이 대응체계를 비롯해 다목적 수송 드론, 자폭형 소형 타격 드론, 무인헬기형 감시 플랫폼(MPUH) 등 다양한 무인 항공전자 솔루션을 대거 공개하며 업계 관계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초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 장착 드론이다. X-band SAR 기술은 구름이나 어둠 속에서도 지상 관측이 가능해 군 정찰 활동 핵심 센서로 주목받는다. LIG넥스원은 SAR 시스템을 1.5kg 이하까지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드론 기반 영상정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미국 드론 기업 스카이디오와 인도·태평양 지역 군용 드론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카이디오 자율 드론 플랫폼 X10D에 LIG넥스원 정밀 전자 시스템을 통합해 인도·태평양 지역 특수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X10D를 LIG넥스원의 제조시설에서 생산할 경우 선진 기술 확보, 비용 절감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략 드론 플랫폼과 고급 센서체계 중심의 ‘공격형 무인 전력’을, LIG넥스원은 방어 체계 및 초경량 정찰 장비 중심의 ‘전자전·정보수집형 전력’을 각각 구축하고 있다. 양사는 각자의 기술 축을 기반으로 한국군의 MUM-T(유인-무인 협업 체계) 전환에 기여할 계획이다. 국방부도 최근 드론·무인체계 전담 예산을 편성해 주요 방산업체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수출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드론은 생산단가가 낮고 인명 피해가 없으며 방어 회피 능력이 뛰어나다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 때문에 현대 전장의 지휘권을 쥐는 핵심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제 막 개발을 본격화한 국내 방산업체 중에선 한화와 LIG넥스원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