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속편의 저주’, 언제 끝날까 [기자수첩]

2025-06-25     신광렬 기자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첫 작품이 화려하게 성공했으나 그 후속작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일명 ‘속편의 저주’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스포모어 징크스는 게임사인 넥슨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넥슨은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18년동안 운영하던 카트라이더 서비스를 종료하는 강수까지 뒀으나 기존 카트라이더 유저들을 유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럴 거면 왜 원작을 없앤 건가”라는 유저 원망은 덤이었다.

넥슨의 후속작 잔혹사는 카트라이더가 처음이 아니다. 어느덧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야심차게 발표했다 세 달도 채우지 못하고 침몰한 서든어택 2를 시작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메이플스토리 2가 줄줄이 부진을 겪다 초라하게 퇴장했다. 후속작들이 연이어 침몰하며 업계에서는 ‘넥슨의 2편 징크스’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실패한 작품들이 모두 넥슨의 간판격 IP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서든어택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 모두 ‘넥슨’하면 생각나는 대표 작품들이다. 후속작 부진이 이어지면 자칫 원작 명성에도 흠집이 나며 IP 파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넥슨의 이같은 연패는 유저에게 후속작으로 넘어갈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이 후속작을 낸 작품들은 모두 온라인 게임들로, 해당 작품 유저들은 이미 오랜 시간 원작을 플레이하며 아이템이나 레벨, 칭호 등 많은 것을 쌓아 놓았다.

원작에서 이뤄 놓은 것들을 깔끔히 포기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후속작으로 넘어갈 유저는 소수라는 분석이다. 이를 막고자 넥슨은 신작을 내며 전작을 없애는 방식의 ‘강제이주’도 시도했으나 유저 반감만 더욱 컸다.

넥슨은 안정적인 IP 관리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업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지난해 진행한 자본시장브리핑에서 IP 관리와 성장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간판격 IP를 활용한 후속작이 이처럼 연달아 침몰하면 넥슨 성장전략에도 금이 간다. 오래된 게임에서 그래픽만 바꾼 후속작을 양산하기보다는, 전작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을 유저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광렬 인사이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