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함 자랑해온 현대카드-스타벅스, 과연 결별할까?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돌연 사임…스타벅스와 동맹 균열 탓? 삼성카드·KB국민카드, 스타벅스에 러브콜 정황…스타벅스의 선택은?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최근 카드업계에 스타벅스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둘러싼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가 임기를 약 8개월 남기고 물러나기로 한 것을 두고, 대표적인 PLCC 파트너였던 스타벅스코리아와의 제휴가 흔들린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오는 7월 퇴임할 예정이다. 그는 2021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가 2022년 말 돌연 사임한 뒤 2023년 3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재신임으로 복귀했다. 공식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으나, 8개월가량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김 대표의 퇴임 사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와 스타벅스 간 ‘PLCC 동맹’ 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란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그 브랜드에 집중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PLCC를 선보인 카드사다. 2015년 5월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항공·자동차·유통·식음료·포털·패션·게임·금융·여가·뷰티 등 19개 브랜드와 손잡고 40종의 PLCC를 출시하며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스타벅스는 정 부회장의 PLCC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파트너사로 꼽힌다. 양사는 2020년 10월 PLCC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출시 3주 만에 5만장 이상 발급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특정 카드사와 제휴해 PLCC를 출시한 것은 현대카드가 처음이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스타벅스의 79개 진출국 중 미국 외에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스벅 카드 출시”라는 글을 올리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돈독했던 두 회사의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 카드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올해 하반기 현대카드와의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다른 카드사와 협상에 나선 까닭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복수의 카드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PLCC 제휴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새 파트너 후보로는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두 회사가 현대카드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뛰어 넘는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KB국민카드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스타벅스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스타벅스와 연계한 ‘KB별별통장’을 출시했고, 스타벅스 앱(App)에서 KB국민은행 계좌를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유휴 영업점에 스타벅스 매장을 들이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삼성카드도 신용판매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신한카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스타벅스와의 제휴가 간절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카드의 개인 신용판매(국내·외 일시불+할부) 이용금액 기준 점유율은 18.04%로, 신한카드(18.50%)와 0.46%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두 회사 모두 무리한 출혈 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파트너십을 따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타벅스, 파트너 교체 나설까?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보유한 스타벅스의 PLCC 파트너를 꿈꾸는 새로운 카드사들로부터 스타벅스가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것이 스타벅스가 현대카드를 다른 카드사로 교체하겠다는 분명한 의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도 현대카드와 제휴를 중단하기에는 아쉬운 이유가 존재해서다. 현대카드의 ‘PLCC 파트너사’로서 얻는 이점이 그것이다.
현대카드는 PLCC 파트너사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현대카드 PLCC 파트너사로 구성된 ‘데이터 동맹’으로,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각 파트너사 간 협업과 크로스 마케팅(cross marketing)을 지원한다. 각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디테일한 카드 이용 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어 호평 받는 서비스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PLCC 파트너사들은 모두 업계 최상위권에 있는 기업”이라며 “이들과 자유롭게 마케팅을 협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현대카드와 PLCC 파트너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현대카드와 PLCC 파트너사들이 최근까지 진행한 협업 사례는 2000여건이 넘는다. 지난해 8월에는 대한항공과 제네시스, SSG닷컴 3개 파트너사가 협업해 ‘3 Body-A 현대카드’를 내놓는 등 상품 협업까지도 이어졌다.
한편,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스타벅스에 제안한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대카드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 머지 않은 스타벅스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카드업계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