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주 밸류업 뒤안길엔 서민의 눈물 있다

2025-06-11     박지훈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 주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들 은행주(株)가 포함된 ‘KRX 은행’ 지수의 전날 종가는 1093.31로 1년 전(806.10)보다 35.6%, 2년 전(623.60)보다 75.3% 올랐다.

은행주 급등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시행, 이재명 정부의 밸류업을 위한 상법 개정 추진 등 일련의 정부 시책 덕분이다.

물론 4대 금융의 노력도 컸다. 연간 혹은 반기 단위이던 현금배당은 분기 단위로 늘어났고 현금배당율은 높아졌다. 여기에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약속·실행하면서 은행주에 대해 전에 없던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또한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성 대출자산을 줄였다. 예를 들어 은행 가계부문에서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고 기업부문에서 담보·보증부대출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의 밸류업 노력 결과로 서민들의 은행 문턱은 높아졌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5월말 87조1102억원으로 밸류업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3년 5월(91조9590억원)보다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 잔액은 13.0%,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6.2% 오른 것과 매우 대조된다. 

일반신용대출은 신용대출 종류에서 주택 마련을 위한 집단대출을 제외한 것으로 대부분 생활자금 용도가 많다. 은행에게 제공할 담보(예금·부동산 등)가 없는 이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선택한 대출이다.

게다가 4대 은행이 지난 4월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평균신용점수는 934점(KCB 기준)으로 2023년 4월(923점)보다 11점 높아졌다. 이는 서민 대상 일반신용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가운데 고신용자를 선별해 취급했다는 의미다.

은행에서 이탈한 서민층은 제2금융권으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짐작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의 2월말 장기대출(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4월말 잔액도 42조5005억원으로 이에 버금간다.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 안팎에 이른다. 중신용자 기준으로는 무려 은행권보다 2배 많은 이자 부담을 지게 된다. 은행에서 2000만원을 연 8%에 빌리면 연 이자가 160만원이지만, 카드론을 이용하면 연 300만원 가량 내야 한다.

이런 광경은 국내 시중은행 간에 경쟁이 더 필요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시중은행은 지위가 안정적이다 보니 금융데이터에 비금융데이터를 접목해 새로운 신용대출 고객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반면에 케이·카카오·토스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신용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약 35조원으로 2년 전보다 늘리며 대형 시중은행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대출 잔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취급하며 포용금융 역할을 다했다.

새로운 정부는 대형 시중은행이 긴장할 수 있게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는 전임 정부 정책이지만 소비자들이 대출 조건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하면서 금리 부담 경감이라는 이익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근과 채찍을 활용해서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가 대환대출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소비자들이 이 인프라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대상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이 인프라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때 서민의 자금조달 창구도 넓어질 것이다.

박지훈 인사이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