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HMM, ‘해양수도’ 부산으로 본사 이전” 강행...득과 실은?

‘강력 의지‘ 확인...북극항로 개척 등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노조 반발 등 내부 현장직 저항 커져...勞-勞 갈등도 현실화

2025-06-09     심민현 기자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HMM>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본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HMM 부산 이전 공약을 내걸면서 “근로자들을 설득해서 동의를 받되,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그냥 이전하겠다”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HMM 본사 이전 끝까지 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부산을 해양강국 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운송 경로를 뜻한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선박이 지나갈 수 있게 되면서 항로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기존 수에즈운하나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항해 거리를 30~40% 줄일 수 있어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북극항로 시작점을 부산신항으로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HMM을 비롯한 해운사들 근거지가 부산이 돼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다. 

이번 대선 결과, 여당인 민주당이 부산에서 역대 최고치인 40.14% 득표율을 기록한 것도 부산 이전에 힘을 싣는다. 부산 내 유일한 민주당 국회의원인 전재수 의원은 대선 결과에 대해 “부산이 변화를 선택했고 미래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분명한 증거“라며 “해양수산부·HMM 본사 이전, 해사법원 설치 등 부산의 도약을 위한 약속들을 현실로 옮길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일각에선 부산신항, 가덕도 신공항 등 물류 인프라와 연계하면 HMM의 운송 효율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북극항로 개척 등 정부의 물류 전략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해운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해운 관련 기업과 기관이 한 지역에 집적돼야 한다”며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 이전, 해사법원 설립 등을 통해 부산을 해양 강국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 선서하고 있다.<뉴시스>

이 대통령은 HMM의 최대주주가 정부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HMM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6.02%)을 비롯해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국민연금(5.16%) 등 정부 지분율이 71.69%에 달한다. 때문에 대통령이 정부 정책으로 이전을 밀어붙일 경우 HMM 직원들의 반발 이외에는 사실상 걸림돌을 찾기 힘들다. 

국회 역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190석 넘게 차지하고 있어 야당의 반대도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만만치 않은 현장의 저항...HMM 육상노조 “강력 투쟁으로 대응“

하지만 벌써부터 현장에서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HMM 육상직원 노동조합은 지난 4일 부산 이전과 관련해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정치 폭력을 당장 중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본사의 부산 강제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며 졸속 이전 추진 시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반대 이유로 ▲경영 효율성 저하 ▲핵심 인력 이탈 불가피▲구성원 권익 침해 ▲국내외 신뢰 저하 및 글로벌 해운 동맹 협력에서의 소회 우려 ▲법적·정책적 기준과의 충돌 우려 ▲권력 남용 우려 등을 꼽았다.

당장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가능성이 생긴 HMM 직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직원은 “뜻하지 않게 이산가족이 되게 생겼다“며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아무리 정부 지분이 높다 해도 HMM은 명백한 사기업인데 대통령 마음대로 본사를 옮기는 것이 말이 되나 싶다“고 성토했다.

혁신도시 등 공기업 지방 이전 사례를 봤을 때 HMM 부산 이전 시 인력 이탈 가능성이 상당하다. HMM 본사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1‘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HMM 임직원 1890명 중 900여명이 서울서 근무 중이다. 때문에 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중간 관리자층은 전환 배치나 이직을 택할 수도 있어 조직 역량 유지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내부 분열 조짐도 관찰된다. HMM에는 육상노조와 해원연합노조가 각각 있다. 육상노조에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하는 900여명의 사무직 가운데 팀장 이상을 제외한 800여명이, 해원연합노조에는 부산에서 근무하는 700여명의 선원이 가입돼 있다. 서울과 부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양 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향후 본사 이전 찬반을 두고 분열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또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해운시장 얼라이언스 재편 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선대 및 항로 운영 계획을 멤버사들과 긴밀히 조율해야 하는 점 때문에라도 외국 선사 관계자들의 방문이 용이하고 직항 노선이 다양한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역시 본사는 항만과 거리가 먼 수도 코펜하겐에 있다.

HMM 관계자는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돼 직원 동의 과정이 아직 없었다“며 “상황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