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1위 자리 내줘…박창훈 사장, 변화 고삐 바짝 당긴다
반년 만에 또 희망퇴직…대규모 조직개편 예고 ‘비움과 채움’ 전략으로 새 성장동력 모색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지난해 카드업계 1위 타이틀을 내준 신한카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박창훈 사장은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데 이어 대규모 조직개편까지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생존 전략 가동에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오는 1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구체적인 대상은 1968년생부터 1979년생 직원이다. 퇴직자에게는 기본 퇴직금 외에 월평균 임금의 최대 30개월치가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작년 말에 이어 불과 반년 만에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에도 62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연말에 있는 희망퇴직이 상반기 중 시행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카드는 이달 중순 대규모 조직개편도 앞두고 있다. 박 사장 취임 이후 첫 개편으로,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조직개편이 기존에도 연말과 상반기 두 차례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잃은 데 따른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삼성카드에, 신용판매 실적에서는 현대카드에 각각 왕좌를 내준 바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5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6646억원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삼성카드가 정상을 차지한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삼성카드 1844억원, 신한카드 1369억원으로 475억원 차이를 보였다.
신한카드는 신용판매 부문에서도 현대카드에 밀렸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연간 신용판매액은 166조2688억원으로, 신한카드(166조340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위기 속 등판 박창훈 사장…변화·혁신 병행하며 돌파 모색
이런 상황 속에서 신한카드는 박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1968년생인 박 사장은 30년 넘게 카드업에 몸담아 온 ‘정통 카드맨’이다. 1993년 신한카드의 전신인 LG카드에 입사한 뒤 페이먼트그룹·신성장본부·영업추진팀 등 디지털과 영업 관련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박 사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바꿔 주시기 바란다”며 “그 나머지 불필요한 것들은 정말 과감하게 버리고, 변화에 매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상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선 비공개 발언을 통해 “지금 유연근무나 자율근무할 때냐”며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에 집중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미국 비자카드를 방문했을 때 점심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없더라. 일이 많아서 자리에서 빵을 먹으면서 일하더라”며 업무 집중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사장은 임원이 참석하는 ‘월례 토요회의’도 신설했다. 박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이 회의는 각종 현안을 두고 브레인스토밍하는 자리다. 그간 신한카드에서 주말 회의는 드문 일이었던 만큼, 조직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드 본업에서도 변화와 혁신은 이어졌다. 신한카드는 최근 새 프리미엄 카드 ‘더 베스트 엑스’를 출시했다. 2019년 2월 ‘더 베스트 플러스’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프리미엄 카드다. 일반 카드 고객에 비해 이탈률이 적은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신한카드는 일본 여행객 대상 해외여행 특화 카드 ‘쏠(SOL)트래블J’,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 ‘E9pay 신한카드 처음’을 선보였다.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편 신한카드는 올해 경영 전략 키워드로 ‘비움과 채움’ 제시했다. 비효율을 덜어내고, 고객 중심의 신사업을 확장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에 “고객의 불편 요소를 없애고 비효율적인 영업은 정비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비움)하는 한편, 고객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해(채움)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자본효율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