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친동생 손잡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가족경영 빛났다

이재현 회장과 동맹 강화…SSG닷컴 물류센터 CJ대한통운 매수 유력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 및 가성비 화장품 출시로 뷰티 시장 참전

2025-06-02     김호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신세계그룹>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 행보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사촌지간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동맹을 통해 외부 위협에 공동 대응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동생 정유경 회장과의 경쟁은 마다하지 않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이 보유한 경기 김포 물류센터 운영권을 CJ대한통운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포 물류센터에서는 가정간편식(HMR)과 프리미엄 신선식품 등 SSG닷컴 새벽배송 주력 상품 물류 허브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각 결정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 6월 체결한 업무협약(MOU) 이후 물류센터 이관과 관련해 협의를 계속해 왔다.

이번 김포 물류센터 매각 추진은 정 회장이 그룹 자산 유동화와 SSG닷컴 비용 절감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온라인 부분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은 시장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오프라인 공간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이커머스 부문 사업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 아픈손가락 중 하나로 꼽히는 SSG닷컴은 2018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 영업적자만 5000억원대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3568억원, 영업손실은 30% 늘어난 181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는 물류센터 매각은 단순한 자산 정리가 아닌 신세계 이커머스 핵심 운영 시스템을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CJ는 신세계 물류망을 흡수해 쿠팡 등 경쟁사와 경쟁력을 높이고 신세계는 확보한 유동성을 오프라인 유통과 식품 특화 매장 등 본업 강화에 재투입할 수 있어서다.

두 그룹은 지난해 MOU 체결 이후 물류, 멤버십, 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협업을 진행해왔다. 양측 총수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촌 동맹‘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LG생활건강, 초저가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이마트>

동생과는 ‘선의의 경쟁’…내부 혁신도 가속

정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동생인 정유경 회장과의 경쟁도 불사하는 모양새다. 대표 사례가 정 회장의 화장품 사업 진출 의지다. 신세계그룹은 색조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에 일부 금액을 투자하기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펀드 출자를 확정했으나 출자금 규모는 미정이다.

이마트가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를 통해 최근 뷰티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성비 화장품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K뷰티 트렌드에 올라타는 동시에 수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PB 브랜드 판매 역량을 입증한 유통 채널 노브랜드를 보유한 점도 긍정 요소.

이미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해 4000원 후반대 초저가 화장품 판매에 나서며 가성비 뷰티 시장에 발을 내 딛었다. 신제품은 제품 패키지(포장)를 단순화하고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하는 등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다. 

쓱닷컴에서도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제조 기반의 단독 상품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업계가 이마트의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에 흥미를 보이는 이유는 동생인 정유경 회장과 사업영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수입 화장품을 유통중이다. 또 화장품 제조 및 판매 계열사로 어뮤즈와 퍼셀을 운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행보는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와 맞물려 각 계열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유통과 뷰티 시장 주도권을 놓고 동생 정유경 회장과 경쟁에 나서는 경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신세계 측 관계자는 투자 관련 상황과 관련해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씨앤씨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데, 직접 투자 방식이 아니다”며 “일부 투자를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