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라이벌‘ 정기선vs김동관...글로벌 방산축제 ‘마덱스’서 격돌

KDDX 등 치열한 경쟁...마덱스 현장도 30분 간격으로 찾아 김동관 조부 ‘사업보국‘ 언급...정기선 ‘정주영 정신‘ 맞받아

2025-05-29     심민현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왼쪽),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각 사>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K-방산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뚝 선 가운데 업계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8일부터 4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 현장을 직접 찾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HD현대>

30분 간격으로 마덱스 현장 찾은 정기선·김동관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전날 30분 간격으로 마덱스 현장을 방문해 글로벌 해군 관계자들과 만나는 등 함정 경쟁력 홍보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마덱스에서 국내 함정, 수출 함정, 미래 함정 등 세 가지 주제로 전시실을 구성,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필리핀과 페루 수출용 호위함·대양 작전용 6500톤급 호위함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한화오션도 전투용 무인잠수정(UUV)과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을 전시하며 맞불을 놨다. 수상함 부문에서는 미래형 구축함과 최신예 대탄도탄 요격 능력이 추가된 차세대 호위함을 처음 공개했다. 잠수함 부문에서는 2000톤급, 3000톤급, 미래형 잠수함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함형별 제품을 선보였다.

이날 두 사람의 연이은 등장이 유독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양사가 현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 중인 한·미 해군 함정 건조, MRO(유지·정비·보수) 협력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관계인 탓이다.

또 올해 14회를 맞은 마덱스는 해양 방산 경연의 장으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행사이기 때문에 자사의 기술력 우위를 자신하는 두 사람 입장에선 향후 펼쳐질 다수의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K-방산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올해는 이전 행사보다 세계 각국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 2023년(12국 150여사, 565개 부스) 대비 참가 기업은 50여개, 부스는 140여개 늘어났고 30개국 군 관계자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 약 1만50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MADEX 2025‘ 이튿날인 29일 한화 방산계열사 사장들과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한화>

김동관 조부 경영 철학 언급, 정기선도 정주영 정신 꺼내들어

이 같은 열띤 관심도 때문인지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두 사람 모두 선대의 경영 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보다 30분 앞선 오후 3시께 행사장을 찾은 김 부회장은 조부 고(故) 김종희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언급했다.

그는 “한화는 국가단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사업환경에서 사업보국 창업정신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3시 30분께 현장에 들어선 정 수석부회장 역시 마덱스를 위해 제작된 HD현대중공업 홍보영상을 시청한 뒤 할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떠올렸다. 그는 홍보영상에 나온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도와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 나대용 장군을 언급하며 “나대용 장군의 거북선은 고(故) 정주영 창업주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이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지만 방산·조선 등 같은 사업 군에서 1위를 다투고 있어 앞으로 계속해서 경쟁 혹은 갈등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