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의 기획안] “카드는 꺼내고 싶어야죠” 이승연 KB국민카드 부장

이승연 KB국민카드 카드상품개발부 부장 인터뷰 ‘위시’ ‘토심이와 토뭉이’ ‘트래블러스’ 등 인기 카드 개발 주역

2025-05-23     남빛하늘 기자
이승연 KB국민카드 카드상품개발부 부장은 “카드는 딱 봤을 때 갖고 싶고, 결제할 때 꺼내고 싶어야 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강현욱>

기업의 캐시카우나 간판상품은 대개 최고경영자(CEO)의 치적을 알리는 전리품이 되고는 한다. 한국에서 그것을 실제로 구상하고 현실화 해낸 기획자, 실무진 ‘김 대리’는 그저 밥 값 정도 한 직원일 뿐. ‘김대리의 기획안’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하거나 산업을 선도한 상품 혹은 서비스의 기획자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기업이 직원을 자랑하고 싶은 문화를 일깨우고자 한다. 아울러 C-레벨 임원 대신 평범한 김 대리를 인터뷰 자리에 ‘모셔준’ 기업에 감사를 전한다.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우리나라 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 들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보유한 신용카드 수가 4.4장에 달할 정도다. 국내에 현존하는 카드사는 모두 9곳. 이들은 한정된 파이(Pie)를 두고 ‘뺏고 뺏기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정체된 시장에서 ‘상품의 차별화’는 곧 경쟁력이다. 소비자 니즈(Needs·필요성)를 정확히 읽고, 타사와는 다른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아야 선택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카드는 차별화의 해답을 ‘디자인’에서 찾았다.

그 중심에는 이승연 카드상품개발부 부장이 있다. 이 부장은 2011년 KB국민은행에서 KB국민카드로 자리를 옮긴 뒤 12년 넘게 상품 개발에 몸 담아 왔다. 현재는 회사 전 상품에 대한 기획·개발·출시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KB국민카드 본사에서 진행한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장은 “카드는 딱 봤을 때 갖고 싶고, 결제할 때 꺼내고 싶어야 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국민카드가 지난 2023년 1월 출시한 ‘위시(WE:SH)’ 시리즈 3종.<KB국민카드>

디자인 전략의 출발점이 된 상품은 바로 2023년 1월 공개된 ‘위시(WE:SH)’ 시리즈였다. 위시 시리즈는 출시 1년 8개월 만에 누적 발급 100만장을 돌파한 KB국민카드의 대표 베스트셀러다. 고객 생애주기별 소비 목적에 맞춤형 혜택으로 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위시 시리즈는 출시 초기 디자인에 대한 ‘불호(不好)’ 반응도 일부 있었다. 이 부장은 “처음 선보였을 때 디자인이 원색 위주여서 너무 강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위시 시리즈 카드 플레이트에는 분홍색, 빨간색, 연두색 등 젊은 층이 흔히 ‘쨍한 컬러’라고 말하는 색상이 활용됐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빠르게 뒤바뀌었다. 지난해 레드닷·iF·IDEA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하며,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이 부장은 “지금은 특색있고 감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디자인에 대한 불호를 ‘호(好)’로 바꾼 (사례)”라고 전했다.

KB국민카드는 2023년 6월 인기 캐릭터 토심이와 토뭉이 디자인을 담은 카드를 출시했다.<KB국민카드>

KB국민카드의 디자인 감각은 캐릭터 카드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토심이와 토뭉이’를 담은 카드다. 토심이(토끼)와 토뭉이(강아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져 MZ세대에게 친숙해진 캐릭터다.

“당시 토심이와 토뭉이 ‘덕후(매니아)’였던 부서 직원이 작가에게 직접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냈어요. 콜라보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답장을 주셨다며 ‘부장님, 이거 진행해도 될까요?’라고 묻더라고요. (웃음)”

이 부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하지, 하고 싶은대로 해 봐.” 그는 “고객의 니즈는 다양하고, 고객이 필요한 상품은 다 구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미팅하고, 계약하고, 출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이 외에도 ‘펭수’ ‘오버액션토끼’ ‘피너츠’ ‘마루는 강쥐’ 등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를 카드에 담아 선보인 바 있다. 또 이달 말에는 인기 키즈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협업 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트래블카드 해외 이용금액 확대 목표”

이처럼 수많은 상품을 기획해 온 이 부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카드는 ‘트래블러스’라고 한다. 트래블러스는 지난해 4월 출시한 해외여행 특화 카드(트래블카드)로, 환전·결제·인출 등 3대 수수료가 모두 무료인 게 특징이다.

“제가 트래블러스를 본격적으로 맡은 건 작년 1월이었어요. 처음 만드는 유형의 상품이다 보니 잘 아는 사람이 없었죠. IT·플랫폼 관련 부서와 매일 모여서 공부하고, 회의하느라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달려온 게 기억에 남아요.”

사실 KB국민카드는 트래블카드 시장 ‘후발주자’로 참전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인 하나카드는 2022년 7월 ‘트래블로그’를, 지난해 2월에는 신한카드가 ‘쏠(SOL)트래블’을 출시하며 시장은 2강 체제가 구축됐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하나·신한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은 각각 9192억원(45%), 6553억원(32%)이다. 8개 카드사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 점유율은 12.5%에 불과하다.

이승연 KB국민카드 카드상품개발부 부장이 서울 광화문 KB국민카드 본사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KB국민카드>

반면 국내 이용은 경쟁사보다 활발하다. 이 부장은 “트래블러스를 기획할 때 ‘항상 손에서 놓지 않는 카드’가 목표였다”며 “국내에서 쓸 수 있는 혜택을 구성했기 때문에 국내 이용액은 단연코 제일 많다”고 자신했다.

이제 올해 목표는 해외 이용금액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트래블러스는 타사 상품 대비 50~60대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의 해외 사용 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연령대는 여전히 현금 환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트래블러스 이용 고객이 해외여행을 위해 환전하러 은행에 방문했을 때 환율 우대 혜택을 조금 더 제공하는 식의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며 “1등까지는 아니어도 하나·신한·KB국민카드가 시장을 3등분해서 나누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